[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여파로 촉발된 공중보건의사 부족 사태의 해결책으로 거론되던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사실상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타 직역과의 형평성 문제와 국방부와의 이견 등으로 인해 단기간 내 병역법 개정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신 정부는 인접한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를 묶는 '통합형 보건지소'와 간호사 처방에 대한 '농어촌 보건진료 수가 시범사업' 등을 통해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단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건복지부 김한숙 건강정책국장은 5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를 통해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정부의 고충과 함께 농어촌 의료취약지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 공보의 복무단축, 국방부 문턱·형평성 논란에 '제동'
최근 의료계 안팎에서는 공보의 및 군의관의 36개월이라는 긴 복무기간이 젊은 의사들의 지원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복지부 역시 복무기간 단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해왔으나, 실제 제도화 단계에서의 벽은 높았다.
김한숙 국장은 "복무기간 단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려고 했고 국방부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병역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타 직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김 국장은 "국방부 등에서는 현역병 복무기간이 단축된 상황에서 '다 3년인데 왜 의사만 줄여야 하느냐', '새로운 혜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공보의만 단독으로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특히 의료계의 요구 본질이 단순히 '복무기간' 자체에 매몰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김 국장은 "의료계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보면 공보의 기간을 무조건 줄여달라는 요구라기보다는, 의사들이 지역에 자발적으로 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달라는 시그널로 판단하고 있다"며 "따라서 현시점에서 공보의 기간 단축 문제는 정책적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기존 세팅된 복무제도 안에서 임시방편식 해결책을 찾기보다, 변화하는 시대와 여건에 맞춘 새로운 관리 대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단기 대안은 '간호사 처방 수가화'…통합형 보건지소 비대면 협진 기획
정부가 공보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는 '농어촌 보건진료 수가 시범사업'과 '통합형 보건지소'의 전면 가동이다. 공보의가 없는 빈자리를 보건진료 전담공무원(간호사)의 역할을 강화해 메우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전국에는 보건지소 1300개소, 보건진료소 1800개소가 촘촘히 배치되어 있으나 공보의 부족으로 비어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3월 인접한 보건진료소의 전담공무원이 보건지소까지 교차 근무할 수 있도록 '통합형 보건지소' 제도를 마련했고, 4월 말부터 실제 진료가 시작됐다.
문제는 이들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보건지소에서 진료를 하더라도 청구할 수 있는 '수가'가 없었다는 점이다.
김 국장은 "농어촌의료법 개정도 검토해야 하지만 우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통해 동일한 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최근 현장에는 간호사 등 유능한 인력들이 내려가 지역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사명감을 갖고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의 행위가 경미한 의료행위로 한정돼 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 시범사업에 비대면 협진도 함께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지역 책임의료기관의 의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지역 의료기관 역시 이에 따른 수가를 보상받는 '상생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비대면 협진 역시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에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의료적 소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국장은 이러한 수가 시범사업과 간호사 인력 활용이 공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국장은 "농어촌 보건진료 수가 시범사업 역시 의료취약지역에 의료공급을 충분히 하기 위한 '단기적 대책'일 뿐"이라며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책도 현재 함께 설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국장은 "국민들의 삶의 질과 워라밸 중심의 인식 변화에 맞춰 국가 건강 정책의 패러다임도 새로 설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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