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과다처방해 뇌 손상을 일으킨 한 대학병원이 환자에게 3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조휴옥)는 펜타닐 패치 과다처방으로 저산소성 뇌 손상의 부작용이 생긴 환자와 그 가족이 서울 J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병원이 환자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 금액은 3억4285만원에 달한다.
고 모 씨는 어깨와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J대학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허리 MRI, 근전도 검사를 하고 약물 및 보존적 재활치료를 했지만 고 씨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고 씨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소화불량, 오심, 구토와 함께 허리와 관절 통증, 근육통 등을 약 8개월 동안 계속 호소했다. 고 씨의 몸무게는 1년 만에 53kg에서 35kg으로 18kg이나 줄었다.
J병원 재활의학과 의료진은 그동안 고 씨에게 투약했던 에어탈, 울트라셋, 아모베스트 등을 중단하고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 50㎍/h와 맥페란정 5mg, 변비조절약을 처방했다.
고 씨는 펜타닐을 오른쪽 옆구리에 붙이고 30분 후 구토 증세를 보였고, 다음 날 아침에는 의식이 없는 채로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펜타닐 중독 의심증이었던 것이다. CT, 뇌 MRI 검사 결과 흡인성 폐렴과 저산소성 뇌 손상이 발생했다.
고 씨와 가족은 ▲의료진이 펜타닐 패치를 과다처방했고 ▲펜타닐 처방 자체가 잘못 됐으며 ▲지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고 측 주장 중 의료진이 펜타닐 패치를 과다처방했다는 의료과실 부분만 인정하며 병원 측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고 씨는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한 경험이 없는 환자다. 의료진은 고 씨에게 펜타닐 패치를 처방할 때 25㎍/h를 넘지 않도록 처방한 다음 경과를 관찰해 용량을 조절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처음부터 50㎍/h를 처방해 고 씨에게 펜타닐 패치를 과다하게 투약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근거로 펜타닐 패치 사용설명서, 세계보건기구(WHO) 지침 등을 들었다.
사용설명서에는 초기 용량으로 25㎍/h를 초과하지 않으며, 환자 반응에 따라 3일마다 12 또는 25㎍/h씩 증가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신체 크기, 나이와 쇠약의 정도를 포함하는 환자의 의학적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WHO도 마약성 진통제 처방은 점차 강도를 높이는 계단식 치료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펜타닐 패치 과다처방과 뇌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 씨는 펜타닐 패치 부착 후 13시간 뒤에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이는 펜타닐 사용으로 혈중농도가 증가하기 위해 드는 시간인 약 12~24시간 안의 범위에 있다. 매우 드물지만 펜타닐 패치 사용의 부작용인 호흡억제 때문에 저산소성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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