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공무원이 포괄수가제(DRG) 안착을 위해 합리적인 원가 분석과 독립된 재정 확보를 전제로 점진적 추진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시행 중인 7개 질환군 포괄수가제 한계를 지적하고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반향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공인식 보건사무관(경희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호주 국립대학교 크로포드 스쿨에서 '병원 지불제도 개혁의 효율성과 질, 형평성이 미치는 영향'(OECD 30개국 비교연구) 제목의 공공정책학 석사학위 논문(2014년 12월)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논문은 공인식 사무관이 최근 2년간 호주에서 가진 공무원 국외연수 기간 중 호주와 영국, 일본, 한국 등 OECD 30개국의 포괄수가제를 중심으로 지불제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이다.
논문에 따르면 선진국 대다수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와 국민의 수준 높은 복지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의료기관 지불 제도를 포괄수가(Activity-based funding)제로 바꿔가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항목의 총합을 보상하는 행위별 수가제도가 가지고 있는 단점과 입원 대기 환자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총액예산제의 단점을 동시에 보완하고 투명한 재정 관리와 의료서비스 성과관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하나의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자는 "한 나라에서 의료기관에 포괄수가로 지불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더 높은 의료서비스 생산 효율성을 보일 것인가, 더 높은 의료서비스 질을 보일 것인가, 더 공평한 의료서비스 접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음을 던졌다.
연구결과, 포괄수가제 관련 세 가지 결론을 도출했다.
우선, 입원병상 등 의료자원의 적정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원병상이 과잉인 우리나라에서 포괄수가제가 전면 확대될 경우 의료기관이 병상 규모를 줄여 운영하기보다 불필요한 입원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공급자의 유인을 막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자원의 적절한 통제기전을 갖춰 운영하는 외국 사례에서 보여줬던 포괄수가제 효율성 제고 성과는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가격 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은 국민보험공단 이사장과 의료공급자 유형별 대표와 협상을 거쳐 매년 가격을 정하고 있다.
특히 입원기간을 늘리려는 요양병원과 반대로 인센티브를 받은 포괄수가 적용 전문병원이 '병원' 유형으로 분류되어 하나의 협상가격(환산지수)을 갖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난이도 시술보다 다 빈도 시술에, 처치보다 검사를 통해 박리다매 공급체계 현황을 기반으로 가격과 환산지수를 결정하거나 협상하는 방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가 중심의 비용정보를 모으고 임상적, 사회적으로 합의 가능한 표준 시술과 진료, 수술건수(근무시간)를 가지고 합리적인 '원가'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지불제도 개혁을 평가하는 별도 방식과 재정 확보이다.
이는 정치적으로 비뚤어진 평가를 피하고 의료기관 지불제도 개편의 성공적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치적으로 휘둘릴 수 있는 평가가 아닌 고난이도의 때로는 오랜 기간 논쟁 과정을 거치는 중립적 학술적 연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인식 사무관은 "정책 입안자들은 지불제도 개혁이 미칠 긍정적, 부정적 효과에 대해 숙지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잘 준비된 점진적인 개혁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급진적 지불제도 추진을 경고했다.
공인식 사무관은 "지불제도 개혁은 개인과 지역사회 및 국가 수준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 불명확해 어느 누구도 쉽게 급진적인 개혁에 동조하지 못한다"고 전하고 "최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말한 바와 같이 '더 우수한 보건의료체계는 없다'는 사실이다"라고 역설했다.
복지부 공무원의 이번 논문은 의료계가 포괄수가제 보완책으로 주장한 독립된 평가 방식 및 재정 확보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포괄수가 질환군 확대 논의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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