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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약 끊고 한약 먹으면 완치된다길래 따랐을 뿐인데"

발행날짜: 2015-03-27 05:43:31

스물한 살 딸 가슴에 묻은 엄마 "조사과정서 웃던 한의사 잊을 수 없다"

"양약 끊고 한약 먹으면 완치된다는 한의사 말만 따랐을 뿐인데…가족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소 모 씨(49)는 6년 전 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의 딸을 가슴에 묻었다. 그리고 지루한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2009년 1월 9일 소 씨의 딸 박 모 양은 접촉성피부염으로 충청북도 청주 H한의원을 찾았다.

소 씨에 따르면 H한의원 김 모 원장은 '소화기 장애로 인한 면역체계 이상'이라는 진단을 내리면서 양방 치료 및 양약 복용을 중단하고 1년간 한약을 복용하면 박 양의 체질이 개선돼 완치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는 가미계궁탕, 인진호탕 등을 처방하고 침과 뜸 치료를 병행했다. 김 원장이 처방한 구체적인 약재는 반하, 창출, 패모, 백질려, 오수유, 백선피 등이다.

김 원장의 말에 박 양은 평소 다니던 C대학병원에 발길을 끊었다. 1월 14일 서울에서 진료를 받아보려고 예약을 해놨던 H대학병원에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2009년 3월 2일부터 박 양의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고열, 두통과 함께 눈동자와 소변이 노랗게 되는 황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변비로 인한 독성 때문이라고만 진단한 채 녹용과 자하거(원기보강)를 제외하고 도인(혈액순환장애)을 추가했다. 황달을 치료하기 위한 특별한 처방은 따로 하지는 않았다. 박 양이 한기를 느낀다는 이유로 온열치료까지 했다.

김 원장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박 양의 황달 증세 등이 더 심해지자 박 양의 부모는 C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혈액검사 결과 간효소(AST/ALT) 수치가 3172/885로 측정되고, 간의 80~90%가 이미 기능을 상실된 상황이었다.

C대학병원 측은 급성 전격성 간염 의증 등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악화됐고 결국 서울의 S병원으로 전원했다. S병원은 전격성 간부전으로 진단한 후 응급으로 간 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박 양은 간 이식 수술의 부작용으로 결국 사망했다.

일주일 만에 딸의 허망한 죽음을 목격한 박 양의 부모는 한의원을 상대로 형사 및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박 양의 어머니인 소 씨는 "딸은 대학 개강하고 이틀 나간 뒤 이렇게 됐다. 딸에게 내 간을 이식했지만 살리지 못 했다. 건강은 건강대로 잃고, 14년간 하던 사업도 그만뒀다. 둘째 딸은 4개월간 회사에 병가 휴가를 냈다. 가족 인생이 바뀌었다"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그 한의사에게서는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재판에서 졌을 때만 집으로 찾아오더라. 6년 동안 한의원 영업도 꾸준히 했다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례적으로 손해배상 소송 결과가 먼저 나왔다. 유족 측은 김 원장이 설명의무와 전원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최종 2억6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 판과정에서 김 원장은 한약 때문에 전격성 간부전이 온 게 아니라 박 양이 두 번에 걸쳐 복용한 이부프로펜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판결을 맡은 대전고등법원(청주) 제1민사부는 "이부프로펜이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확률은 0.1% 정도며, 한 번 먹었다고 그 다음날 황달이 올 가능성은 없다"며 김 원장의 주장을 배척했다.

"조사과정서 웃던 김 원장 모습 잊을 수 없다"…형사 처벌은 면한 김 원장

민사 소송 결과는 원고의 '승'으로 끝났지만 형사 재판 결과는 좀 더 엄격했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하고 1년 금고형을 내렸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을 맡은 청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김 원장이 간 기능 손상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고, 전원에 의무도 다하지 않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김 원장의 처방과 박 양의 사망을 연관 짓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김 원장이 처방한 한약 복용의 부작용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전격성 간부적인 발병하거나 사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간 기능에 특별한 이상이 없던 피해자가 반드시 한약 복용을 거부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김 원장의 설명의무 위반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심 판결까지 마친 후 소 씨는 "검사 앞에서 대질 심문을 할 때는 웃더라. 너무 화가 나 욕을 했는데 휴대전화로 그 욕을 녹음하고 있었다. 그걸 노린 것 같다. 담당 검사도 결국 김 원장에게 태도가 너무 불순한 것 아니냐며 같이 눈물을 흘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26일 대법원 제3부가 내린 결정은 '검사 상고 기각'. 무죄 판결을 내린 2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의료 사고에서 의료인의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려면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임이 증명돼야 한다"며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법리와 기록을 살펴봤을 때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vs한의계 대립으로 비화되나

한편, 박 양의 사망 원인은 의료계와 한의계의 대립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민사소송 대법원 판결이 나자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박 양의 사망사건은 한약 부작용 때문이 아니라며 한의사 개인의 부주의 결과라고 못 박았다.

한의협은 "판결문 어디에도 김 원장이 처방한 한약이 박 양을 직접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 이부프로펜은 일부 한약재를 혼용해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박 양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부프로펜 복용 전에 한의사와 상의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불미스러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전대 한의대 손창규 교수팀이 전국 10개 대학 부속 한방병원 간계내과교실에 입원한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간 및 신장독성 발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한약 복용 후 간이 나빠진 사례는 한명도 없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한의협은 "한의사 개인의 과오로 발생한 이번 사건을 한의사 전체 문제인 것처럼 침소봉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폄훼하고, 명예를 훼손하는데 악용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는 "한의협 주장은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이다. 한약은 간에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은 사례가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환자들도 이번 사건으로 제대로 알게 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26일 성명서를 내고 "한의협의 주장은 의료계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기만한 어이없는 작태"라고 맹비난하며 "한의협의 거짓 주장과 무지함으로 점철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의사가 환자의 체질을 감별할 수 없음을 자인하고 있으며, 한약은 매우 안전한 일반의약품과도 병용해서는 안되는 위험한 약재임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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