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자리에서 '양의사'라는 용어는 자제해 달라." "의협 회장 후보 모두 한의약 말살 공약을 내걸었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관련 공청회에서 나온 말이다. 누가 발언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의료계와 한의계 사이의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료계는 저명 의과대학 교수 2명을, 한의계는 젊은 한의협 임원 2명을 각각 대표선수(진술인)로 출전시켰다. 의사와 한의사 모두 의료인으로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전문성이 진료실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규제 기요틴은 의사와 한의사 갈등으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이었다.
실제로 지난 4개월 동안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모두 일제히 '반대'와 '환영' 내용을 담은 성명서와 궐기대회를 이어갔다. 양 단체 모두 학회와 단체를 연계한 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전면전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이날 격앙된 표현과 폭로성 발언을 경청한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이다. 의료인이 아닌 만큼 술기와 의료기기 이해와 용어 설명 과정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의료계는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답답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한의계는 감정을 고조시키는 과장된 표현과 예시로 일관했다.
결국, 3시간이 넘게 진행된 공청회에 남아 있는 보건복지위 의원들은 위원장을 포함해 4명에 불과했다. 개인 일정으로 질의 후 자리를 일어나는 의원들의 구태와 함께 더 이상 들을 게 없다는 실망감도 묻어있다.
한 보좌관은 "서로 자기 잘났다고 주장 하는데 결론이 나겠느냐"면서 "의원님도 질문해봐야 정해진 대답이 올 줄 알고 공청회 자리를 일찍 일어났다"고 귀띔했다.
이번 공청회를 놓고 어느 쪽이 우세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할 말은 다 했다" 혹은 "의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등의 자체 평가는 의미가 없다.
의사 출신 김용익 의원의 이날 발언은 시사점이 많다.
"국가가 의료면허를 주는 것은 권한과 함께 책임성도 부여한 것이다."
"의학적 판단 유무는 오로지 의료인만 판정할 수 있다. 정치적 결정 사안이 아니다."
"결정해 달라고 들고 올 일 아니다. 전문가단체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김 의원 발언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정부가 규제 기요틴으로 자초한 일을 왜 의료인 운운하며 비판하느냐고.
분명한 사실은 전문가 집단의 밥그릇도 전문성을 인정받을 때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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