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재판장 반정우)는 최근 보령제약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약가 인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지난 2009년 6월 보령제약은 위염약 스토가정 10mg을 요양급여 대상으로 결정해 줄 것을 신청했다. 이는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2008년)'에 근거한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은 보령제약과 스토가의 요양급여비용 상한 금액 협상을 진행했고, 스토가의 사용량이 연간 3310만 정임을 전제로 약제의 상한 금액을 1정에 290원으로 합의했다.
시간은 약 3년이 흘러 2013년 5월. 스토가와 성분 및 제형이 같은 약들이 요양급여 대상이 되자 복지부는 스토가의 약 값을 2013년 7월부터 203원, 2014년 4월부터는 1정에 155원으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동일성분 약가제도는 제네릭이 출시되면 종전가격의 70%, 1년 뒤 가산기간이 종료되면 53.55%까지 가격 조정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지난해 1월 일어났다. 건보공단은 스토가가 요양급여 대상이 된 2009년 7월부터 해마다 약의 연간 사용량 및 요양급여비 청구금액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급여결정 시 예상했던 연간 사용량 3310만정, 요양급여비 청구금액 95억원보다 30% 이상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연간 사용량 및 요양급여비가 당초 예상했던 30% 이상 증가했다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약가 인하를 결정하고 건보공단과 보령제약이 약제 상한 금액 협상을 하도록 명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스토가 값이 203원임을 전제로 약가협상을 했고 양측은 인하율 4.9%를 적용해 약 값을 193원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약제 상한 금액이 최종 155원으로 조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이 금액에서 4.9% 인하율을 적용해 147원으로 약 값을 결정, 고시했다.
보령제약 측은 "복지부 처분 사유가 위법하기 때문에 취소돼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보령제약 측은 약값 결정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보령제약은 "약 값 조정 전 상한 금액이 290원임을 전제로 약가 인하를 결정해야 함에도 약값 조정 전 상한 금액 155원을 전제로 인하율을 적용했다. 건보공단과도 203원에서 인하율을 적용하기로 협상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건보공단과 보령제약의 협상 과정에서 인하율 관련 합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결정과 맥을 같이 했다. 복지부가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보령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용량 증가가 발생한 기간의 약 값은 29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가격으로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협상 결과 약 값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으면 합의된 금액 또는 그이상으로만 약가 인하를 할 수 있을 뿐 그 금액 미만으로는 하향 조정할 수 없다"고 "건보공단과 보령제약이 협상을 통해 약 값을 193원으로 합의했기 때문에 복지부는 193원 또는 그 이상의 금액으로 약값을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복지부가 약가 결정의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판결은 단지 하나의 제약사와 정부의 싸움이 아니다. 보령제약처럼 지난해 사용량-약가 연동제에 따라 약가 인하가 이뤄진 약은 60여개인 만큼 관련 제약사는 이번 판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실제 일부 제약사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1심 판결 후에도 항소심을 통해 기존 방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밀어붙였지만 항소심마저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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