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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잃어도 외양간 고칠 생각 없는 정부

발행날짜: 2015-07-27 06:00:05
잔인했던 지난 6월. 당시 메르스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며 맹위를 떨쳤다. 어렵게 쌓아온 국가위상까지 위협하자 정부는 모든 쟁점을 뒤로한 채 메르스 방역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한달 후. 메르스 위세가 한풀 꺾이고 사실상 종식 상황에 이르자 정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을 바꿨다.

음압병실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굴렀던 것도, 한국에도 감염병 전문병원 하나쯤은 있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던 것도 남의 나라 얘기처럼 무덤덤해진 듯 하다.

메르스 사태만 진정되면 당장이라도 설립할 기세를 보였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관련 예산도 전액 삭감했으며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보상을 위한 추경 예산안은 5천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선 "애초에 복지부가 메르스 피해보상액 예산으로 1000억원만 올린 것부터 문제였다. 어떤 병원이 이런 정부를 믿고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쯤되니 한달 전 병·의원장들이 메르스와 싸우느라 바쁜 와중에도 왜 피해보상이나 향후 대책에 대해 우려했는지 고개가 끄떡여진다.

그들은 "지금은 모든 걸 바꿀 것처럼 난리지만 이때 뿐이다. 한 두달 후면 모든 게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신종플루 때에도 그랬고 사스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부 조직을 손보고 병원에 대한 감염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것으로 마무지 지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기가막히게도 의료계가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의료계는 메르스 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정부는 어떠한 것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이번 경험이 제2의 메르스 사태에서 학습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모 중소병원장의 말처럼 차라리 신종 감염병이 돌면 휴가를 떠나는 의료기관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상당수 의료진은 환자를 위해 진료를 한다. 정부가 뒷통수를 쳐도 눈앞에 있는 환자를 모른 척 할 수 없는 것이 의사 혹은 간호사다. 이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전 국민이 확인한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싶어도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이 돼야 가능하다. 의사도 시설과 장비를 제대로 갖춘 병원이 있어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적어도 메르스 종식을 위해 밤잠 못자며 고생한 의료진이 보람을 느낄 여유도 없이 당장 병원 운영을 걱정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시급한 것은 해외로 의료를 수출하는 게 아니라 메르스 재발방지 계획을 세우고 의료기관의 손실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 그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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