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소화기관 암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악성위출구폐쇄의 치료 성적을 크게 높인 스텐트를 개발,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대병원 이상협 교수(소화기내과)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원자력병원 연구팀과 함께 이 같은 결과를 국제 저명 학술지인 미국소화기학회 공식저널(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온라인판, Imfact factor=10.755)) 최신호에 발표했다.
악성위출구폐쇄는 암이 위 출구를 침범해 위의 협착과 폐쇄를 일으키고, 영양공급과 소화기능을 약화시키는 질환이다. 소화기관 암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현재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내시경이나 투시영상을 이용한 스텐트(혈관이나 신체기관이 막히지 않게 해주는 지지대) 삽입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스텐트를 위에 삽입해 막히거나 좁아진 부위를 넓혀주는 시술이다.
연구팀은 이 시술의 치료 성적을 크게 높인 새로운 스텐트 ‘WAVE(new covered SEMS with anti-migration properties)’ 를 개발했다.
WAVE는 자가팽창형 금속스텐트(SEMS, self-expandable metallic stent)의 일종으로, 피막형이다.
SEMS는 피막형(covered)과 비피막형(uncovered)이 있다. 피막형은 겉을 싸는 막이 있어 암이 스텐트를 침범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텐트의 고정이 쉽지 않다. 반대로 비피막형은 스텐트의 고정은 쉽지만 막이 없어 암의 침범에 취약하다.
WAVE는 기존 피막형의 장점은 물론 비피막형의 장점까지 모두 살렸다. 우선 막이 있어 암의 침범이 어렵다. 스텐트의 고정이 쉽도록, WAVE의 양 끝은 피막이 없는 나팔형태이며, 중앙 부분은 안쪽으로 조금 들어갔다.
중앙 부분을 위의 막히거나 좁아진 부위에 위치시키면, 스텐트가 막힌 부위에 ‘딱’ 걸리면서 고정된다. WAVE의 끝에는 고리를 부착해 시술 후에도 스텐트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환자 102명을 51명씩 무작위 배정한 후 실험군에는 WAVE를, 대조군에는 비피막형 SEMS를 시술한 후 16주간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군(68.6%)이 대조군(41.2%)보다 위의 막힘 해소를 나타내는 스텐트 개통률(patency)이 유의하게 높았다.
스텐트의 재협착(막힘)은 실험군(7.1%)이 대조군(37.7%)보다 크게 낮았다. 재시술의 빈도도 실험군(14.3%)이 대조군(37.8%)보다 낮았다. 시술 후 심각한 합병증은 양 군 모두 없었다.
특히 스텐트의 위치이동에서 실험군(9.5%)과 대조군(5.4%)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WAVE가 피막형 SEMS의 단점인 스텐트의 고정 문제를 개선한 것이다.
이상협 교수는 "WAVE를 바탕으로 악성위출구폐쇄 환자에게서 피막형 SEMS가 비피막형 SEMS보다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보인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며 "WAVE가 악성위출구폐쇄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기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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