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이 노인들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실상 백신 접종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그러한 면에서 독감 백신과 더블샷은 좋은 콤비가 될 수 있죠."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정지예 교수는 최근 백신 접종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독감과 폐렴구균 백신간 동시 접종(더블샷)의 효용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아직 환자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폐렴 구균의 위험성을 알리고 백신 접종을 권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3가 백신 폐렴구균 인식도 제고 한 몫…더블샷이 시너지 극대화"
정지예 교수는 "최근 몇년간 정부와 의료진, 제약사들이 폐렴 구균 백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의 인식도 나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도 독감이나 대상포진 등에 비해 인식이 부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독감 백신과 13가 백신(PCV13)의 더블샷이 자리를 잡으면서 인식도 제고와 효용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특히 기도 감염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환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덧붙였다.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날씨가 추워지면 기도감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자연스레 더블샷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다양한 더블샷 방식이 나오고 있지만 독감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의 더블샷은 심리적인 시너지가 매우 높다"며 "자연스레 환자들에게 접종을 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에게도 부담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러한 배경에는 13가 백신의 탄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을 내놨다. 과거에 비해 월등한 효능과 안정성을 갖춘 백신이 나오면서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3가 백신(PPV23)이 적용 범위가 넓은 것은 사실이지만 13가 백신이 단백혈청으로 수용도가 크게 높다"며 "또한 빈도 높은 구균에 대해 면역 효과가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23가 백신을 훨씬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의료진과 환자들의 선택 또한 13가 백신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의료진이 직접 13가 백신을 권유하지 않아도 먼저 환자들이 13가 백신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지예 교수는 "이미 정부 지원을 받는 노인 환자들을 제외하면 13가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것이 공식화되어 있다"며 "일부에서 상호 보완을 위해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을 두번 접종하는 예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첫번째로 13가 백신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또한 "특히 13가 백신이 입소문을 타면서 권유하지 않아도 먼저 이를 요구하는 환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13가 백신이 폐렴구균 예방접종의 인지도를 올리는 공신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예방 넘어 질병 악화 막는 유일한 수단 '백신'…정부와 의료진 관심 필요"
따라서 주요 사망원인이 되고 있는 폐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예방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블샷을 포함해 의료진의 적극적인 권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의견이다.
환자들이 폐렴구균 백신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의료진이 효용성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종을 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예방 백신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목적도 있지만 병이 중증으로 가는 악화를 막기 위한 의도도 있다"며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접종을 권유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브란스병원은 독감 예방 접종 시즌에 맞춰 다양한 캠페인 등을 통해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유도하고 있다. 이 또한 정 교수가 기획한 아이템이다.
또한 원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진행한다. 단순히 호흡기내과 교수들만의 노력으로는 접종률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지예 교수는 "지금까지 의료진 또한 폐렴구균 백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또한 13가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환자에게 확실하게 권고할 수 있는 근거도 다소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다양한 임상을 통해 13가 백신이 균주로 인한 폐렴 발생을 확실히 막는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이제는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13가 백신 접종을 권유하며 폐렴 확산을 막는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더블샷은 의료진에게나 환자에게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서로가 자연스럽게 폐렴구균 백신을 인식하기 좋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독감과 폐렴구균 백신의 더블샷이 자리를 잡게 되면 자연스레 독감 시즌이 되면 폐렴구균 백신이 떠오르게 될 것"이라며 "의료진도 독감 백신을 맞으러 찾은 환자에게 부담없이 폐렴구균 백신을 권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러한 인식제고에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의견이다. 환자들이 자연스레 폐렴구균 예방 접종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
정지예 교수는 "의료진만의 노력으로는 접종률 향상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폐렴구균 백신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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