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과 메르스 사태 등으로 시작된 대학병원들의 비상경영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과 직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특히 삭감된 예산이 복구되지 않으면서 의국비는 물론, 연구비와 학회 지원금 등까지 바닥을 드러내 한숨을 쉬는 모습이다.
A대학병원 진료과장은 26일 "지난해 중단된 학회 지원금이 아직도 복구되지 않고 있다"며 "교수들은 물론 전공의들도 자비로 학회에 참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의국비도 없어져 교수들이 돈을 모아 운영비를 대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 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비단 A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2년전부터 허리띠를 졸라맨 대학병원들이 계속해서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B대학병원도 지난해 중단한 인센티브 제도가 여전히 풀리지 않으면서 의료진들의 한숨이 깊다. 당장 월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B대학병원 임상교수는 "다른 대학보다 기본급이 작아 인센티브로 그나마 버텨왔는데 메르스 사태 때 중단된 성과급이 아직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스텝들이 개업하겠다고 뛰쳐나갈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는 "문제는 한시적인 조치라고 생각했던 것이 장기화될 경우 그대로 굳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경영진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병원 살림을 담당하는 행정 직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병원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사업들이 재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B대병원은 분기별로 진행하던 무료 건강검진 행사와 건강강좌 등의 행사를 대폭 줄인 상황이다. 이로 인한 민원이 모두 행정 부서로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B대병원 관계자는 "사업 예산이 급격하게 줄어 매년 진행하던 행사가 2년째 중단된 상태"라며 "이에 대한 지자체와 시민들의 민원이 다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일선 교수들은 연구비와 학회 지원금 등이 장기간 중단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학병원으로서 역할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리베이트와 같은 어둠의 손길에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대병원 보직자를 지낸 노교수는 "다른 예산은 줄일 수 있다 해도 연구비와 도서 구입비, 학회 참석 지원금 등은 손대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며 "대학병원으로 역할을 지탱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꼭 가야 하는 학회에 못가고 의국비마저 십시일반해야 한다면 과거와 같은 부정한 방법에 눈이 가지 않겠느냐"며 "수년간 쌓아온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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