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 검사는 간단해 보일지 몰라도 이를 판독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미국 뇌파전문의 자격증을 소지한 홍승봉 뇌전증학회장(삼성서울병원)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뇌파검사의 한계와 리스크를 제시했다.

최근 서울고법이 한의사도 뇌파를 활용해 치매, 파킨슨을 진단할 수 있다고 판결을 염두에 둔 것.

뇌파 검사란, 환자의 두피에 두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해 뇌의 전기적인 활동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 검사 자체만으로는 간단하고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다.

홍승봉 회장도 뇌파 검사 자체는 안전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환자의 병명을 진단하는데 활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봤다.

뇌파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알파파가 느려져있다거나 뇌 한쪽에 뇌전증을 시사하는 파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정도.

1/1000초 단위의 뇌신경세포의 활동을 기록하는 것으로 이를 판독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홍 회장에 따르면 흔히 뇌파 전문의라고 칭하는 미국 신경생리학전문의를 취득하려면 신경과 전문의 자격을 갖춘 후에 약 1년간의 수련을 거쳐 필기·실기 시험을 통과해야한다.

1년간의 수련기간 동안 약 1000개~2000개의 뇌파를 판독하는 훈련을 받는다. 시험 합격률은 25%수준. 4명 중 1명만 합격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분야다. 의학분야에서 세계적으로도 권위가 높은 자격증 중 하나다.

그는 "어렵게 신경생리학전문의를 취득하고도 판독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게 뇌파 판독"이라면서 "그만큼 위양성와 위음성이 높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조차도 치매나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데 이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진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고법이 판시한 "뇌파계는 X-ray, CT, MRI 등 전적으로 의사가 판독해야하는 것과 달리 자동 추출되는 측정결과를 활용할 수 있고, 특별한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위해도 또한 높지 않다"는 것과 상반된 내용이다.

홍 회장은 "치매나 파킨슨 초기인 경우에는 더욱 뇌파로 진단하기 어렵다"라면서 "한의사에게 뇌파 진단을 허용했을 때 오진에 대한 위험성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거듭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