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 인상 재원으로 진행중인 금연상담 지원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정부가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개원의들은 중요한 문제는 그대로 두고 엉뚱한 해법을 내고 있다는 입장이라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금연사업 대대적 손질 "의료계 요구 반영"
16일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에게 금연 상담을 병행하는 '동시 진료' 수가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금연 상담료는 초진 2만 2830원, 재진 1만 4390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고혈압 환자를 진찰하면서 금연 상담을 진행할 경우 초진료인 1만 5천원만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단순한 금연 상담 초진료인 2만 2830원보다 더 낮게 받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대한의사협회 등은 이에 대한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정에 들어간 셈이다.
또한 정부는 사업 초기부터 지적돼 왔던 전산과 청구 시스템에 대한 개선도 준비중이다.
현재 금연상담을 위해서는 건보공단이 제공하는 별도의 청구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금연 치료 수가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용중이 청구 프로그램과 번갈아 가며 청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개원의들의 불만이 높았다.
이렇듯 정부가 발빠르게 개원의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정에 나선 것은 금연 상담 프로그램의 저조한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현재 금연치료 프로그램 이수율은 30%대에 불과하다. 수백억원 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 효과는 미비하다는 의미다.
결국 개원의들의 요구를 대폭 받아들여 협조를 구하지 않고서는 사업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개원의들 반신반의 "할려면 제대로 하던지"
그러나 일선 개원의들은 정부의 이러한 대책에 고개를 젓고 있다. 정말로 활성화를 위한다면 지금의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
A내과의원 원장은 "동시진료란 말 그대로 진료와 상담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단순한 금연 상담과 같은 수가를 주면 누가 그걸 하려고 하겠느냐"며 "상황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쉽게 말해 고혈압을 앓고 있으면서도 담배를 피고 있는 환자에게 금연 상담을 하는 것이 쉽겠느냐"며 "일반 환자들에 비해 2~3배는 더 힘든 일을 하는데 수가를 같이 주면 굳이 그걸 하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적어도 1.5배에서 2배 이상의 수가를 줘야 동기가 부여돼 동시진료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청구 프로그램 수정에 대해서도 개원의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사업 시작전부터 지적했던 내용을 이제서야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
문제를 지적할때는 전혀 반영하지 않다가 이제서야 수정한다면 오히려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B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은 "벌써 사업이 시작된지 1년"이라며 "그 불편한 시스템을 1년 넘게 방치하더니 이제 적응이 될만 하니까 수정한다니 헛웃음이 나온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청구 프로그램 등은 상황에 맞춰 빠르고 정확하게 수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문제가 생긴 뒤 1년이나 지나 바꾸고 또 1년 지나 바꾸고 하다보면 오히려 이중 삼중으로 의사들을 괴롭히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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