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혈전제시장에 '플라빅스'의 대항마로 등장한 '에피언트'가 최근 임상마다 고초를 겪고 있다.
지난 번 아스트라제네카 '브릴린타(성분명 티카그렐러)'와의 헤드투헤드 임상연구에 쓴맛을 본데 이어,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와의 비열등성 검증 임상에서도 기대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이번 임상의 비교대상이었던 플라빅스는 작년 700억원 규모의 처방액을 올린 항혈전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올해 4월말 동화약품이 사노피와 국내 독점판매계약을 맺으며 이슈가 된 품목.
제3회 유럽뇌졸중학회(ESOC)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PRASTRO-I 임상'은, 플라빅스의 독점판매계약 소식이 전해진지 채 한 달이 안 되서 공개됐다.
다이이찌산쿄의 지원을 받은 PRASTRO-I 3상연구는 근거수준이 가장 높은 무작위대조군연구(RCT)였지만, 프라수그렐은 '허혈성 뇌졸중'이 있는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에 비열등성을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
더욱이 해당 결과가 지리적 위치가 가까운 일본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연구였다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오사카 국립심혈관중재센터 카주노리 토요다(Kazunori Toyoda) 박사(주저자)는 "프라수그렐은 P2Y12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혈소판제로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에서 널리 처방되면서 클로피도그렐에 비해 혈소판에 내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하지만 뇌졸중 환자에서 프라수그렐의 효과는 명확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에피언트 PRASTRO-I…뇌졸중, 플라빅스 비열등성 실패
그렇다면 이번 플라빅스와의 비교 임상인 'PRASTRO-I 임상'은 어땠을까.
해당 임상연구엔 일본내 224개 병원에서 75세 이하 3747명 환자가 등록됐는데, 이들은 모두 급성 비심인성(noncardioembolic)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한지 1주에서 26주가 지난 이들이었다.
이들에 프라수그렐3.75mg이나 클로피도그렐75mg을 하루 한 번씩 96주간 투약케했다.
주요 평가변수는 프라수그렐이 클로피도그렐에 비해 허혈성 뇌졸중, 심근경색, 혈관사망 등에 비열등성을 나타내는가였다.
그 결과, 뇌졸중 환자에서 프라수그렐은 클로피도그렐에 버금가는 효과를 만들지 못했다.
허혈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의 발생은 프라수그렐 투약군(1885명) 73명(3.9%), 클로피도그렐 투약군(1862명) 69명(3.7%)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전에 정의된 한계치(prespecified margin, 1.35 이내) 범위에 들지 못하며(95% CI, 1.44) 비열등성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긍정적인 결과도 나왔다.
PRASTRO-I 하위분석에서 대혈관동맥경화나 소혈관폐색과 같은 비교지표에선 프라수그렐(3.5%)이 클로피도그렐(4.3%)과 비교해 비열등성을 만족했기 때문. 오히려 프라수그렐이 클로피도그렐 대비 위험비를 19% 줄였다.
이외 출혈 안전성과 관련한, 치명적인 출혈 및 주요출혈 등은 프라수그렐 투약군에서 6.1%, 클로피도그렐 투약군은 5.9%로 나타났다.
의료계 관계자는 "심장학분야에선 프라수그렐이 클로피도그렐에 우열성을 보인 임상결과들은 다수 있었지만, 이번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에선 비열등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임상디자인상 신뢰구간이 너무 넓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다만 하위분석에서 대동맥질환에 비열등성을 확인한데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PRAGUE-18…AZ 브릴린타와 헤트투헤드 결과 쓴맛
주목할 점은 에피언트가 아스트라제네카 항혈전제 브릴린타와의 헤드투헤드 임상에서도, 이렇다할 효과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대목이다.
최근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의 핫라인 세션(hot-line session)에 공개된 'PRAGUE-18' 임상은,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시행받은 급성 STEMI(ST분절 상승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삼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망 및 재경색, 응급 혈관재생술, 뇌졸중, 수혈을 필요로 하는 출혈사건, 7일차 입원 연장 등을 예방하는데 두 약물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또한 이차 평가변수였던 심혈관사망과 비치명적 심근경색, 30일차 뇌졸중 평가에서도 얘기는 다르지 않았다.
한편 PRASTRO-I와 PRAGUE-18 결과에 대해선 같은 지적이 나온다.
연구의 신뢰구간이 굉장히 넓어 통계적 검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결국 연구의 신뢰구간의 문제점 등을 고려하면 당장 섣부른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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