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총회에 상정되면서 사실상 문재인 케어에 대한 대응보다도 추 회장의 거취와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추 회장에 대한 불신임 여부가 문재인 케어 비상대책위원회 등 임시총회의 개최 취지를 묻어버렸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
특히 불신임안 발의 시기와 추 회장의 적극적인 활동 시기가 공교롭게 겹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양분되고 있다는 점에서 임총이 갈등과 반목으로 뒤덮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의협 임원을 지낸 A원장은 14일 "불신임안이 발의되는 날 일본 CMAAO총회 참석부터 단식 투쟁 돌입, 복지부장관 면담 등이 동시에 진행됐다"며 "설사 예정돼 있던 일이라 하더라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추 회장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던 상황에서 오히려 불지른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추 회장은 불신임안이 발의된 13일 일본 CMAAO(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회연맹) 총회에 참석해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날 저녁 추 회장은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 토론회에 참석한 뒤 곧바로 의협 회관에 마련된 천막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이후 14일에는 미리 공언한대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복지부 관료들과 만나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불과 이틀만에 광폭행보를 펼치며 문재인 케어부터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문제, 당연지정제 예외 부분까지 살핀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회장의 행보에도 여전히 시선을 엇갈린다. 특히 불신임안 발의와 공교롭게 맞물리면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B시도의사회 대의원은 "과연 추 회장이 진정으로 의료계 현안을 해결하고자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며 "집행부도 정말 추 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기획하고 지지하고 있는 것인가"고 지적했다.
그는 "민초의사인 나도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시급히 나서야 할지가 보이는데 리더라는 집행부들이 정말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면 직무유기를 넘어 무능의 극치"라며 "이런 집행부를 믿고 어떻게 힘을 보탤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추 회장에 대한 지지를 보이고 있는 인사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렇게 회장을 흔들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며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C시도의사회장은 "솔직히 조금만 더 영민하고 발빠르게 움직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모든 행동에 대해 시비를 걸면 대체 추 회장과 집행부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간다고 지적하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간다고 비판하면 하늘로 오르란 얘기냐 땅을 파란 얘기냐"며 "추 회장을 계속해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가 회원들을 기만할 성품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러한 비판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문제 등보다 추무진 회장의 불신임안이 더욱 큰 이슈로 부각되는 것에 우려섞인 목소리도 내고 있다.
불신임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리를 맞대고 의료 현안에 대한 대응을 논의해야 할 임시총회가 이에 대한 갈등으로 소모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다.
의협 임원을 지낸 원로 인사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추 회장의 불신임안이 통과해도 문제고 그렇지 않아도 문제"라며 "이렇게 갈등과 논란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누가 방향타를 쥔다고 상황이 나아지겠는가"고 되물었다.
아울러 그는 "머리를 맞대야할 장을 펼쳐놓고 갈등과 반목의 목소리만 점점 높아지니 그 장은 열어보나 마나 뻔한 것 아니냐"며 "임총에서 무엇이 어떻게 결정되던 결국 의료계가 절름발이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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