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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대비 의사 업무 3배, 수가 37%…환자 안전할 리가"

이창진
발행날짜: 2017-12-26 05:00:58

허대석 교수 "중증외상·이대목동병원 사태, 적정인력 부족·저수가 투영"

"중증외상센터와 신생아 중환자실 사태는 모두 환자안전 문제로 적정인력에 턱없이 부족한 현 수가체계 현실이 투영됐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사진)는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아주대병원 이국종 사태에 이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등 잇따른 의료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허대석 교수는 "중증외상센터와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같은 맥락에서 발생했다.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현 수가로는 투입한 의료진 인건비도 안 나온다"면서 "인큐베이터 최대 7만원 수가에 30병상, 30일 운영 시 6300만원인 반면, 전문의와 전공의 6명 인건비 500만원에 간호사 최소 10명(3교대) 인건비 300만원으로 최소화해도 소모품과 전기세를 합치면 인력비용조차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인큐베이터가 낡았다,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단편적 접근은 근본적 개선책이 아니다. 의료사고이든 의료감염이든 최종결론이 어떻게 내더라도 동일 사건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기본 인건비도 안 되는 현 수가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연구원(NECA) 초대 원장을 역임한 허 교수는 정부가 의료정책 홍보시 근거자료로 제시하는 OECD 데이터 실상을 알렸다.

허 교수는 2014년 OECD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 의사 수 2.2명으로 OECD 평균(3.1명)에 비해 적으나 의료기관 이용률은 OECD 2배, 의사 업무량은 3배 이상인 반면, 수가(총의료비/의료기관이용률, 상대수가)는 OECD 평균 37%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의 경우도 엇비슷하다. 한국 간호사 수(5.6명)는 OECD 평균(8.9명) 대비 적은 반면, 의료기관 이용률 증가로 간호사 업무량은 3.5배 이상이며 간호사 수가 역시 OECD 평균의 36%에 불과하다.

한국 의료시스템 핵심인 의사와 간호사는 적은 인원으로 선진국 의료진 대비 3배 이상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보상책인 수가는 OECD 의사와 간호사의 절반에도 턱없이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보건의료원 초대 원장인 허대석 교수가 2014년 OECD 보고서를 기반으로 추출한 의사 관련 데이터, 한국 의사 수는 OECD 비해 적으나 업무량은 3배 이상이며 수가는 37%에 불과했다.
혈액종양 권위자인 그는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암 환자들의 현실도 소개했다.

허대석 교수는 "암으로 초기 진단받은 환자들의 10~15%는 심사평가원 청구코드와 국립암센터 암등록에 잡히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경제적 빈민계층으로 암 환자 산정특례 5%도 부담스럽다고 느끼고 있다"고 의료정책과 현장 간 괴리감을 전했다.

허 교수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고가약 처방과 의료쇼핑 등 교묘하게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좋은 제도로 소외계층에게 진정성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전하고 "단순한 '비용'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의료 질' 보장성 강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의 급여화, 소외층 좋은 제도 아니다 "의료질 보장으로 전환해야"

보건복지부와 협상을 진행 중인 의료단체를 향해서도 조언과 쓴 소리를 가했다.

허 교수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 밥그릇 싸움이라는 오역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와 협상은 결국 명분싸움이다. 중증외상센터와 이대목동병원에서 알 수 있듯이 전문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최소한 인건비를 보상해야 한다는 환자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내시경 수가에 신설된 쥐꼬리 만 한 소독비로 환자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보상방안이 마련될 까지 시술을 거부하면 정부와 여론은 달라질 것이다"라며 "작은 것 하나하나부터 주장하고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대석 교수는 중증외상센터와 이대목동사태 모두 환자안전을 위해 배치해야 할 의료인력 인건비에도 못미치는 저수가에 기인한다고 지적하고 의료단체가 대정부 협상에서 환자안전 문제를 최우선으로 협의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문재인 케어가 환자안전을 예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의료단체 내부의 분열 조짐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했다.

대정부 협상 결국 명분싸움 "의료계, 한 목소리 내야 살 수 있다"

허 교수는 "전문가 집단은 전문적 시각으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단순히 붉은 띠만 두르고 삭발한다고 국민과 정부가 들어주지 않는다"라며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내부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어떻든 간에 지금은 한목소리를 내야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의료계가 대정부 투쟁에서 내부 분열로 성과를 얻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과거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의 동력은 한 목소리였다"며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로 단합된 모습을 주문했다.

그는 최근 의료 관련 일련의 사태는 적정의료 인력 배치 등 환자 안전 시스템에서 비롯된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허대석 교수는 "중증외상센터와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한순간의 실수가 아닌 시스템 문제다. 의료단체는 정부와 협상에서 돈(수가)이 아닌 환자안전 문제를 주장해야 한다"라며 "적정 의료인력 배치 등 환자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동일한 사건은 반복될 것이다. 문재인 케어로 환자안전을 예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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