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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평가 발목 잡힌 슈퍼항생제, 국내 도입 언제쯤

원종혁
발행날짜: 2018-01-29 12:00:50

2012년 이후 6개 FDA 통과, 국내 도입 0건…"정책적 배려 없다" 비난

|초점|슈퍼항생제, 경제성 평가와 약가 기준에 국내 도입 0건

글로벌 허가문턱을 넘은 '슈퍼 항생제(다제내성균 대응 신규 항생제)'가 늘고 있지만, 정작 국내 도입은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낮은 참조가격과 애매한 경제성 평가기준에, 국내 도입을 포기하거나 저울질하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메디칼타임즈가 확인한 결과, 2012년 이후 달바반신, 테디졸리드, 오리타반신, 세프톨로잔-타조박탐, 세프타지딤-아비박탐, 메로페넴-버보박탐 등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6개 품목이 미국FDA 허가문턱을 넘었지만, 국내 도입수는 '0건'이었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임상현장에 효과가 입증된 신규 항생제의 수를 늘려야한다는 세계적 추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다.

특히 치료제 확보가 시급한 3대 슈퍼박테리아로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카바페넴 내성 및 3세대 세팔로스포린 내성 장내세균이 지목되고 있지만, 국내 도입이 지체되는 신규 항생제 중에는 이들에 대안옵션도 포함됐다.

국가 정책상 신규 항생제 개발을 장려하고는 있지만, 정작 신약 도입이 뒷전으로 밀린 탓에 진료현장에 처방할 치료옵션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신규 항생제 우선 도입 인정…"현행 약가정책 발목" 도입 포기 속출

다제내성균에 효과를 검증받은 이들 신규 항생제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은 없는 상태다.

대상 중환자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지만, 제도적인 평가장치가 부재해 오랜기간 신약 도입이 지체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성평가 과정에 걸림돌이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 새로운 항생제를 급여 출시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대체약제들의 '가중 평균가'를 받아들이거나 경평을 통한 대체약제 대비 '비용 효과성'을 입증해야만 한다.

하지만 수십 년 전 출시된 전체 계열의 항생제 및 제네릭을 포함해 산출하는 가중평균가는,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는 맹점이 제기되는 것.

업계 관계자는 "현행 경제성 평가는 유효성과 안전성 등의 임상 자료를 바탕으로 신약의 경제적인 가치를 측량하기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가 가진 내성관리 측면의 가치가 반영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비급여로 출시한다면, 사용할 수 있는 환자는 제한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며 "항생제는 중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약품이기 때문에 필요한 환자들에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라도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제약사 개발 항생제 신약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산 항생제 신약 '시벡스트로'는 지난 2014년 미국FDA 허가를 받고 해외 시장에 진출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시판허가와 급여목록 등재 이후에도 판매하고 있지 않다.

당시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비교약제로 결정한 '자이복스'가 특허 만료 후 제네릭 출시로 약가가 인하되면서, 신약의 가치에 비해 낮은 약가를 부여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0년 이후 국내 허가 4건 그쳐…다제내성균 감염관리 구멍 우려

실제 일괄적용 되는 국내 약가기준을 넘지 못해, 항생제 도입을 포기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10년 이후 국내 허가된 항생제는 단 4건.

특히 지난 2014년말 복잡성 복강내 감염 및 복잡성 요로감염을 적응증으로 미FDA 승인을 획득한 '세프톨로잔-타조박탐' 복합제의 경우, 2년 여가 지난 2017년 4월 국내 허가를 받은 이후 아직까지 급여권 진입이 지체되는 상황이다.

여기엔 국내 약가를 참조하는 해외국가들이 늘면서, 낮은 약가로의 진입을 꺼리는 제약사들의 고민도 나온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선별등재제도 이후 등재된 신약의 보험약가는 OECD 평균 가격 대비 45%로 나타났다.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지난 16일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실행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낮은 약가를 참조하는 해외 국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바레인, 오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의 약가를 참조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2019년 1월부터 국내 약가를 공식 참조할 예정이다.

또 대만은 오는 2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유사한 GDP 국가의 약가 참조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평 면제 트랙과 같이, 신규 항생제의 신속한 등재를 위해서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다국적제약기업들이 더 큰시장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는데 굳이 우리나라에 낮은 약가로 신약을 발매하는 위험을 감수하려고 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 감염관리 대책 "중환자 생명 직결, 항생제 옵션 늘려야"

영국의 항생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50년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 연간 1천만 명으로 암을 제치고 인류의 사망원인 1위로 예측했다.

따라서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효과적인 신규 항생제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병원 중환자실 감염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국내의 경우 여전한 온도차를 보인다.

2016년 정부가 발표한 항생제 내성균 대책에서는 '내성균 치료제 개발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전략은 포함돼 있지만 글로벌 항생제 신약의 실질적인 도입 대책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작년 8월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으로 비급여의 급여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항생제를 비롯한 신약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세워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녹농균 감염 사망을 비롯해, 의료기관들의 다제내성균 대비 감염관리 방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새로 적용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서 항생제 도입 방안은 누락돼 있다"면서 "중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신규 항생제가 우선적으로 급여권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정부는 신규 항생제를 신속하게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항생제 내성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강민규 과장은 "이미 개발된 항생제 내성균과 관련된 약제들은 건강보험제도 안에 들어와야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해 정부 나름대로의 평가 제도를 거쳐 검토할 예정이며, 좋은 신약이 개발된 것이 있다면 식약처와 협의하여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국가 항생제 대응 정책상 내성관리를 위한 신약의 빠른 확보와 적정 가치 평가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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