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방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가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지만 적응증 조차 없는 첩약에 대해 급여를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한의계와 협의를 거쳐 치료용 첩약의 급여화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급여 우선 순위를 판단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 치료효과성 등에 대한 검증을 거쳐 단계적으로 급여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이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문 케어 등으로 가뜩이나 위태로운 건보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1조원의 세금을 투입했지만 과거와 비교해 전혀 표준화나 과학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결국 국민의 혈세를 1조원이나 낭비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2016년 이후에도 한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이유로 한약 공공인프라 구축에 300억원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결과물이 없는 상태"라며 "문 케어로 인해 건보 재정 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는 시점에 '세금 먹는 하마'인 첩약을 급여화한다면 재정이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첩약 급여화를 위한 사전 단계 작업들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투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소한 안정성과 유효성, 나아가 적응증과 금기증 까지는 확보한 뒤에야 급여 적용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보장성 강화는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행위나 약제들 중 비용효과성과 사회적 요구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대다수 한약이 안정성과 유효성 자료가 없는데 급여를 검토하는 것은 건강보험 등재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약을 급여에 넣고자 한다면 개별 한약 약제에 대한 적응증과 금기증, 투요 용량에 대한 메뉴얼이 있어야 하지만 식약처에서 과학적으로 이를 검증한 자료도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료계는 지난 2012년에 복지부가 첩약 급여화를 추진하고자 했는데도 한의계가 이를 자체적으로 거부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의계 자체에서도 급여화를 위한 안정성과 유효성, 과학적 검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한방 첩약의 급여화를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약 2천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시범사업 진행을 도모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한의계가 내부적으로 시범사업 참여를 두고 갈등을 겪으면서 대한한의사협회가 자체적으로 시범사업을 폐기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무산됐었다.
의협은 "이미 예산까지 배정됐던 시범사업을 한의계가 스스로 반대해 진행하지 않았던 사안이고 이는 과학적 근거가 준비돼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약의 급여화를 논의하는 것은 건강보험 등재 원칙에도, 과학적으로도 어불성설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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