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70여명이 입원해 있는 병동에서 단 3명의 환자가 병원균에 감염됐다. 이 중 뇌 수술을 받은 한 환자는 패혈증으로 손과 발이 괴사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입고 병원 측의 감염관리 부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하지만 법원은 병원에 책임이 없다고 했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이창형)는 최근 뇌동맥류 결찰술 후 병원균에 감염, 패혈증으로 손과 발 괴사까지 온 환자와 그 가족이 전라북도 A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을 유지했다.
L씨는 A대학병원에서 4시간여에 걸쳐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고 입원하고 있던 중 아시네토박터균(Acinetobacter junii)에 감염, 패혈증으로 심정지까지 왔다. L씨는 수술 후부터 발열, 무기력감 등을 호소했다.
심폐소생술 후 기사회생한 L씨는 산혈증 등으로 인한 손과 발이 괴사했다. L씨는 오른쪽과 왼쪽 손가락 일부를 비롯해 오른쪽 발 리스프링, 왼쪽 발 경중족골을 절단해야만 했다.
당시 L씨가 입원해 있던 병동에는 7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는데 이 중 L씨를 포함해 3명의 환자가 아시네토박터균에 감염됐다.
L씨와 그 가족은 "의료처치 상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아 병원감염이 일어나 패혈증까지 발생했고, 감염 또는 패혈증 검사 및 조치 지연으로 패혈성 쇼크가 와 사지 괴사에 이르렀다"며 의료진 과실을 주장했다.
또 "70여명이 입원해 있던 병동에서 3명의 환자에게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항생제 감수성 패턴이 같은 세균감염이 발생했다"며 "외부 감염으로 인한 가능성이 크고, 병원 책임을 배제할 만한 높은 수준의 감염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 모두 병원과 의료진에 과실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아시네토박터균은 25% 이상 건강한 성인의 피부 등에서 발견되는 세균으로 감염 여부 및 그 진행 속도는 개개인 면역력에 따라 차이를 나타낸다.
재판부는 "세균에 감염됐음이 확인됐다는 사정만으로는 세균이 입원한 후 침투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수술 시행 부위에서 세균감염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같은 균에 감염됐던 2명의 환자와 L씨는 담당 전문의, 전공의, 담당간호사, 드레싱을 한 의사가 다르고 입원 병실도 모드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에 입원한 모든 사람은 병원감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병원감염은 그 발생 원인 및 감염경로가 다양하므로 병원에서 감염예방을 위한 감염관리를 적극 시행하더라도 완전히 예방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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