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으로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는 가운데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그동안에 쌓여왔던 문제점을 성토하고 나섰다.
특히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실 폭행을 해결해야 하는 경찰의 태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대한응급의학회(이사장 울산의대 홍은석)는 11일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현장의 소리, 응급실 폭행'을 주제로 긴급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하게 마련된 자리로, 대안 제시보다는 일선 현장의 고충을 털어놓는 데에 집중했다.
동시에 응급의학회는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 이 후 긴급하게 진행된 '응급실 폭행 현황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고대구로병원 이형민 교수가 맡아 진행된 긴급 현황조사에는 전문의 514명, 전공의(375명), 간호사 632명, 응급구조사 119명이 참여했다.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5점을 만점으로 응급실이 안전하냐는 질문에는 전체 평균 1.7점 정도라고 응답했다.
또한 97%의 응답자가 응급실에서 폭언을 경험했으며, 응답자 55%는 근무 중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응급실 폭행을 당했을 때는 응답자의 43% 만이 적극 대응했으며, 나머지 응답자는 보고 등 소극대응(25%)하거나 참는 것(20%)으로 집계됐다.
충남대병원 유인술 교수는 "응급실에서 폭행의 경우 자칫 대응하다 쌍방폭행이 되면 의료법 상 품위 위반이 된다. 자칫 면허정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현장 의사들은 적극 대응할 수도 없다. 결국 이렇게 되면 향후 인도처럼 헬멧 쓰고 진료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응급실 폭행 문제를 위해 배치한 보안 요원의 경우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실제로 보안요원의 경우도 응급실 폭행을 제지하다 부상을 당하는 경우 보안요원 자신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
서울의료원 표창해 응급의료센터장은 "병원 보안요원이 있어도 주취자 등을 제압하지 못한다"며 "쌍방폭행이 되면 자칫 고소로 이어지거나 부상을 당하면 자기 돈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문제로 지적했다.
"경찰은 눈앞에서 보고도 적극 개입의사 없더라"
공청회에 모인 의사들은 응급실 의료진 폭행을 진압할 경찰들의 태도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간단히 말해 경찰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그동안 없었다는 점이다.
성가롤로병원 김철 응급의료센터장은 "폭행이 벌어져 경찰에 신고하면 보통 협약을 맺은 지구대가 오게 된다. 문제는 상황이 마무리된 이 후에나 온다"라며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사가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112에 직접 신고하니 녹음도 되고 인사고과에 영향이 있으니 개선되는 것 같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응급의학과 의사는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경찰의 태도는 문제가 있었다"며 "물론 모범이 되는 경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상주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응급의료기금을 활용해 24시간 녹취할 수 있는 기기를 각 응급의료센터에 배치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의료원 표창해 응급의료센터장은 "응급실에서 폭언이나 성희롱이 많이 발생한다. 최소한 24시간 녹취할 수 있는 기기를 배치할 수 있도록 허가해줘야 한다"며 "녹취를 하면 문제가 된 부분을 경찰에 제공하면 된다. 녹취가 되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충남대병원 유인술 교수는 "드라마에서 응급실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드라마 피디나 작가들은 말 그대로 드라마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러한 드라마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속적인 지적과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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