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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평가에 52시간 근무 눈가리고 아웅 "퇴근 후 철야"

발행날짜: 2018-11-09 12:00:59

내원객 흉내에 사무실 아닌 회의실 등 대여 근무까지 "수당조차 못받아" 한숨 푹푹

제3주기 의료기관평가 인증이 본격화되면서 각 대학병원에서 여전히 철야 등 초과 근무가 만연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당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되자 사무실이 아닌 회의실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등의 각종 편법을 동원한 추가 근무가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A대학병원은 최근 원내 회의실을 의료기관평가 인증 준비를 위한 별도 공간으로 재구성 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가인증을 위해 구성된 TF팀을 비롯해 인증에 필요한 인력들이 수시로 충원돼 별도 공간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

A대병원 보직자는 "업무 효율성면에서도 그렇고 가능하면 평가단의 눈에 띄지 않는 공간을 생각하다보니 회의실을 아예 준비단 사무실로 꾸린 것으로 안다"며 "인증이 끝나면 각자 부서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에 직원들의 불만은 이미 폭발 직전의 단계에 이르고 있다.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다.

A대병원 직원은 "결국 인증은 준비해야 하고 평가단이 혹시 준비하는 모습을 볼까 우려는 되니 밀실에 가둬놓은 것 아니냐"며 "무슨 유령 직원도 아니고 ID카드까지 빼놓고 마치 내원객인 것 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식사 시간도 조정하고 화장실 갈때도 몰래 숨어서 조심조심 이동하고 있다"며 "하루에도 몇번씩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A대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당수 대학병원들도 인증 준비를 위해 편법 아닌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상태다.

인증 준비는 해야 하고 주당 52시간 근무제 등의 시행으로 초과 근무에 한계가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B대병원도 원내에 별도의 준비단을 꾸리고 필요 인력들을 수시로 충원하며 편법을 동원한 준비를 진행중이다.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사무실에서 초과 근무를 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사무실 외의 병원 공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병원도 직원들의 불만이 많기는 매한가지다. 초과근무는 하고 있지만 그 어떤 기록도 없어야 하니 최소한의 보상인 수당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B대병원 직원은 "사무실에서 퇴근 처리를 하고 준비단에 와서 12시 넘게까지 철야 근무를 하고 있다"며 "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근무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아울러 그는 "하다못해 쥐꼬리만한 초과근무수당이라도 받으면 모르겠는데 52시간 근무제로 그마저도 없어져 버렸다"며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저녁값도 못버는 삶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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