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로드맵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최대집 회장이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고 '투쟁' 기조를 개인 SNS에 게시하자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개인 SNS에 올해를 '총력대전'이라고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의사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이라는 의협의 요구를 보건복지부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의협 관계자는 "투쟁이라는 큰 틀에서의 방향성은 정해졌고 어떻게 단합을 할지가 관건"이라며 "행동의 방향성을 정하고 회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의료계 리더의 결심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대의원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과 만나 앞으로의 로드맵을 설명하고 결심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대의원까지는 (투쟁에 대한) 결심이 필요하고 다음부터는 회원 뜻대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최대집 집행부 출범 후 정부, 국회와 후회 없이 대화를 했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그동안 대관 라인은 탄탄했다. 역대급으로 정부 및 국회와 대화가 잘 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을 많이 했다"며 "소통이 되지 않는 이유는 보건복지부도 문제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정권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오는 9일과 16일 예정된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투쟁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등에 대해 설명한 후 의견을 모아 1~2개월 안에는 전체 회원에게 현재 상황을 전달할 예정이다.
최 회장도 7일 다시 SNS를 통해 "9일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의료개혁 총력대전을 위한 여러 중요한 논의를 하고 비상집행부 회의를 통해 구체적 목표와 투쟁 전략, 일정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난국 중의 난국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실현 가능한 제안을 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최종 거부했다"며 "개인적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우리 사회에 파국적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의사들의 죽음과 폐업을 막기 위해 의료개혁 총력대전에 나섰다"고 분명히 했다.
"진정성 없는 파업…시간 걸려도 잘 하는 게 중요"
의협의 입장은 분명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A시도의사회 회장은 "파업은 누가 하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파업을 하든 투쟁을 하든 준비를 했었어야 하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을 뿐더러 진정성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연초부터 심란하다. 반의료정책으로 가야지 반정권이 웬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B시도의사회 회장도 "시도의사회, 의장단, 대개협 등에서 난상토론을 먼저 한 후 결정을 해야 할 문제인데 방향을 일방적으로 설정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정책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정치 집단과 각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서울 C대의원 역시 "살아있는 권력과 투쟁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며 "엊그제까지만 해도 필수의료부터 보장성 강화를 단계적으로 한다고 했다가 하루아침에 돌변했다"고 지적했다.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내기 위해서는 파장이 큰 전공의들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 상황.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의료의 최전선에서 밤낮으로 환자를 보고 있는 게 전공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을 설득할 명분이 아직 없다"며 "타임라인 등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기 때문에 우선은 의협 집행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국의 전공의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각 수련병원 대표를 설득할 수 있는 아젠다가 있어야 하고 대의원총회 같은 절차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빨리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개협 역시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 거절을 이유로 전체 의사의 공감을 얻어 투쟁을 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개협 관계자는 "사실 진찰료 30% 인상도 진료과 간, 환자가 많고 적음에 따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다. 자칫하면 부익부 빈익빈만 더 심해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내부 합의도 없이 다짜고짜 정부에 요구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민심이 도저히 안되겠다며 일어선 다음에 투쟁을 해야 한다"며 "먼저 선언부터 해놓고 따르라는 식이면 곤란하다. 회원 정서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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