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전공의인데 왜 전공의 계약서가 아닌 조교 계약서를 작성해야하나." "분명 의사인데 왜 의과대학에 행정직 혹은 사무직으로 분류하나."
이는 예방의학과 전공의들의 현실이다.
19일 의료계 및 전공의들에 따르면 예방의학과 전공의들은 전공의 신분이지만 의사와 행정직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있다.
실제로 A대학병원 예방의학과 2년차 전공의는 지난해 전공의 계약서 대신 조교 계약서에 서명했다. 병원 측에 항의해봤지만 예방의학과 전공의는 병원 소속이 아니라 의과대학 소속으로 구분해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상당수 수련병원이 의과대학을 수련기관으로 두고 예방의학과 전공의를 계약 행정직, 일반직, 사무직, 조교 등으로 분류하고 심지어 계약서 또한 행정직 계약서를 작성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왜 의과대학 소속 전공의는 전공의 계약서 대신 조교 계약서를 작성할까.
전공의가 근무하면 별도의 담당부서를 마련해야 하는데 수련병원이 아닌 수련기관으로 분류하는 의과대학에 소수에 그치는 예방의학과 전공의만을 위한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그럼 예방의학과 전공의를 병원 소속으로 전환하면 간단하지만 이 또한 병원 측에선 주저한다. 이유는 의사로 계약서를 작성하면 그만큼 인건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모 전공의는 "예방의학과 전공의도 인턴 수련을 받는 의사인데 왜 병원 소속이 될 수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병원이 말하는 행정적인 문제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더 문제는 모호한 신분으로 인해 수련 교과과정이 없이 보건대학원 학생이나 연구원과 함께 뒤섞여 수련 아닌 수련, 근무 아닌 근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무도 예방의학과 전공의로서 습득해야 할 내용보다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교수 보조하는 조교나 비서 업무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일선 전공의들의 전언이다.
이는 최근 기피과로 부상한 핵의학과, 병리학과 등 전공의도 실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공의들은 예방의학과 등 정원이 적거나 기피과는 수련병원을 통폐합하자는 요구가 새어 나오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적어도 역량을 갖춘 전문의를 양성하려면 수련 교육과정을 잘 갖춘 병원 혹은 의과대학으로 전공의 정원을 몰아서 수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제까지 전공의가 교수 개인 비서 노릇해야 하는지 회의적"이라며 "전공의법 시행으로 역량 중심 수련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서 반드시 함께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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