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ies but goodies(때때론 오래된 것이 좋은 것일 때가 있다)." 신약과 기존 치료제의 비용효과성을 따져볼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화두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 영역에도 이러한 명제를 놓고 흥미로운 논의가 벌어졌다. 신규 치료제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제2형 당뇨병 분야 1차 약제로 오랜기간 처방경험을 쌓아온 '메트포르민'의 심혈관 예방효과에 재조명이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당뇨병 치료제 분야에 심혈관 예방효과를 키워드로 올린 것은, 신규 치료 옵션인 'SGLT-2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의 공이 크다. 심혈관 안정성이 아닌 혜택 검증이라는 굵직한 심혈관연구(CVOT) 결과를 쏟아내며 처방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분위기다.
기존 당뇨병약제의 전제 조건이 혈당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혈관 합병증 예방효과를 보여주는 것에 머물렀다면, 이들 신약들은 제약사들이 대규모 임상비용을 투입해가며 장기적으로 심장 및 신장 보호효과, 나아가 환자 사망을 감소시키는 약제라는 임상 결과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표준치료제인 메트포르민에서도 이러한 심혈관 예방효과가 확인된데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당뇨병 진료지침에 큰 변화를 가져온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경구약제 단독요법시 초치료 전략으로 메트포르민에 대한 중요성은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일차약제로서의 혈당개선능을 비롯해 안전성과 저렴한 약값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 당뇨병 치료제들에 화두로 올려지는 심혈관질환 발생과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그렇다면 메트포르민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에는 실제 어떤 근거들이 나와있을까.
20년전인 1998년 발표된 영국 대규모 국가 코호트 연구인 UKPDS 34 결과가 대표적 사례로 꾸준히 언급된다. 현행 SGLT-2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들 처럼 임상 디자인도 비만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들로 잡혔다.
여기서 1704명을 대상으로 약물치료 없는 대조군과 메트포르민군, 설폰요소제/인슐린군으로 구분한 결과 설폰요소제나 인슐린으로 치료한 환자군에 비해 메트포르민 투약군에서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달초에 열린 한국당뇨병예방연구(KDPS) 사업단 춘계심포지엄에서도 내분비내과 의료진들은 메트포르민의 역할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메트포르민의 작용기전이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미토콘드리아에 작용해 염증반응을 낮추고 죽상경화와 혈관내피세포 기능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다만 UKPDS 임상을 제외하고는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와 관련해 이렇다할 비교연구 자료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오래전 특허가 만료되고 싼 약값에 다양한 제네릭 의약품이 들어온 상황에서 제약사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추가 임상을 진행하기란 만무한 까닭.
당시 당뇨병학회 임원의 "심혈관 혜택이 제한적으로 보고된 UKPDS 임상 이후 제대로된 임상시험을 통해 메트포르민의 효과를 보려는 시도가 적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오는 5월 열리는 당뇨병학회에서도 오랜만에 국내 당뇨병 가이드라인의 개정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앞서 미국이나 유럽 당뇨병 가이드라인들은 메트포르민 처방 이후 2제 이상의 요법 시 환자의 심혈관 질환 유무와 위험을 먼저 파악해 심혈관 혜택 효과가 입증된 SGLT-2억제제와 GLP-1유사체를 우선 사용토록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주요 진료지침들이 이들 신약의 권고를 상향 조정한 만큼, 벌써부터 국내 가이드라인의 반영에도 적잖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새로 나온 약에 쏟아지는 관심은 피할 수 없다.
동시에 국민 당뇨병 약으로 넓게 처방되는 메트포르민과 같은 약제의 재조명도 함께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이번 KDPS 연구를 통해 다학제기반의 생활습관중재법과 메트포르민 약물 중재법을 통해 당뇨병 예방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이번 진료지침 개정에서 메트포르민의 역할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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