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 인공지능(AI)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법적 지원에 나서면서 의료 AI 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 이에 맞춰 기업들은 공공 조달 시장 확대 등에 참여하기 위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공공시장 문턱 낮추는 정부…조직 개편·법령 시행 본격화
21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기업 간 정부 거래(B2G)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의료 AI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맞물리면서 산업에 활기가 돌고 있다.

복지부는 제2차관 산하에 '지역·필수·공공의료실'을 신설하고, 국장급 첨단의료지원관 소속으로 '의료인공지능데이터정책과'를 새롭게 출범했다. 이를 통해 진단, 신약 개발, 환자 맞춤형 치료 등 보건의료 전반에 AI를 전면 도입하고 제약·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이날 시행되는 AI기본법 개정안 역시 공공부문 AI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제품이나 용역을 구매할 때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등이 확인한 AI 제품을 우선 고려하도록 규정해 공공조달 문턱을 대폭 낮췄다. 인공지능연구소 설립 및 취약계층 지원 등 제도적 기틀도 함께 마련돼 대규모 의료 데이터셋 구축과 공공복지 시장 확장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케이메디허브)이 최근 5년간 진행된 786건의 연구 과제 정보를 포함한 공공데이터를 전격 개방하면서, 기업들의 기술 상용화와 신규 프로젝트 발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단순 도입 넘어 '실사용량' 중심 생태계…구독·종량제 확산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 인증을 통한 안정적인 공공 조달 시장 진입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뉴로핏은 자사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처방 지원 솔루션 '뉴로핏 아쿠아 AD 플러스'가 산업통상자원부의 2026년 상반기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뉴로핏은 최대 6년간 공공기관 수의계약 혜택을 받게 됐다.
알츠하이머병 영상 분석에 대한 의료기관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중앙부처 및 공공의료기관 진입을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와 함께 정부가 국가건강검진에 AI 영상 판독 보조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면서 루닛·뷰노 등의 수혜가 예상되는 등 관련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는 추세다.

의료 AI 산업계 내부 비즈니스 모델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인허가 획득과 초기 병원 도입 횟수가 성과의 척도였다면, 이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되고 병원 업무 흐름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는지가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한 번에 구축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정 기간 사용료를 내는 구독형이나 분석 건수에 따라 과금하는 종량제 모델이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것.
실제 의료 현장에서 AI를 일회성으로 도입하는 것이 아닌, 기존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에 통합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최근 원광대학교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코어라인소프트 관상동맥석회화(CAC) AI 분석 적용 사례가 대표적이다. 별도 프로그램 접속 없이 기존 PACS 연동을 통해 월평균 170여 건의 검사 영상을 자동 분석하도록 시스템을 구축, 수작업을 줄이고 판독 과정의 일관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응급의료 체계에서도 AI의 반복사용 사례가 관측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 응급 뇌출혈 분석 AI의 경우, 주요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 응급실에서 월 수백 건 이상 활용되며 지난 4월 기준 누적 사용량 5만 건을 넘어섰다. 단순 시범 도입을 넘어 응급 환자 선별 과정의 일상적인 판독 도구로 안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코어라인소프트 관계자는 "과거 제품 설치 중심이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이젠 설치 이후의 가동률과 사용량을 유지하는 것이 매출과 직결된다"며 "구매한 솔루션이 진료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도록 지원하는 고객 성공 역량이 향후 사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2G 활로 개척 "제도적 뒷받침 속 가동률 입증해야"
이에 업계에선 공공시장을 통한 안정적 기반 마련과 함께, 전체 시장에서 시스템 연동과 가동률 관리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인허가 획득이나 누적 도입 병원 수 같은 초기 지표에 안주하지 말고 실질적인 사용량을 유지하는 '고객 성공'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것.
병원의 기존 PACS 및 진료 워크플로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연동 환경을 최적화하고 ▲초기 검증 ▲사용자 교육 ▲가동률 유지까지 밀착 지원하는 운영 체계를 갖춰야 지속적인 매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동일한 진료 흐름 내에서 연관 제품을 다각화해, 기관당 분석 건수와 재계약률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의료산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 AI의 사업성은 단순한 인허가나 초기 계약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실제 진료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량이 누적돼야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이어진다"며 "도입 성과를 넘어 병원 시스템과의 유기적 연동 및 상호운용성을 확보해 일상적인 업무 흐름에 정착하는 것이 향후 생존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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