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어야...일부 병원 시범적 운영 시민단체도 찬성 분위기 "보험사의 개인정보 활용 시도 막아야"
의료정보 주도권이 병원에서 개인으로 넘어가는 시대가 왔다. 개인건강기록(personal health record, PHR) 제도를 활성화 해야 한다는 데 정부와 산업계, 시민단체 모두 이견이 없었다.
쉽게 말해 내의료정보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어야한다는 것인데, 아직까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대한의료정보학회,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와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인 의료정보 주권 구축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실제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생활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상황.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헬스이노베이션센터장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내손안의 차트'를 소개하며 PHR의 활성화를 주장했다.
김 센터장은 "이제 수동적인 환자 입장에서 능동적인 의료소비자 입장으로 변화해야 하는 시대"라며 "서울아산병원도 내손안의 차트라는 시스템이 있지만 전체 환자의 2% 정도밖에 쓰지 않을 정도로 활용도가 낮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환자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의사도, 환자도 관심을 갖고 보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김 센터장은 "응급실에 왔을 때 환자가 기존에 갖고 있는 질병이 뭔지, 무슨 약을 먹었는지 등에 대한 의료정보가 있으면 진료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의료진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치료를 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PHR의 긍정적 기능을 설명했다.
디지털헬스산업협회 송승재 회장은 개인의료정보 주권 보장을 위해 정부에 5가지 제안을 했다.
송 회장은 "디지털 헬스산업에 대한 논의는 국민, 환자 입장에서 이뤄져야 하고 디지털 헬스에 대한 담론보다 각론이 필요한 때"라며 "케이스별, 세부 주제를 한정해서 논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개인 의료정보 주권행사를 위한 교육과 이를 위한 정책 및 예산이 필요하고 정권에 상관없이 관련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라며 "환자가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는 옵트아웃(Opt-out)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제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PHR은 환자가 의료정보를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만큼 시민단체도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다만 제3자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보호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입장에서 PHR은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비용 절감 등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있다"라며 "의료 정보가 민감정보다 보니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침해 사건을 경험하면서 소비자는 불신이 큰 상태"라며 "목적 이외로 활용하는 부분들이 일상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정 사무총장은 우선적으로 수진이나 진료목적으로만 한정해서 PHR 제도를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더불어 소비자 이해도를 증진할 수 있도록 용어 표준화 작업도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역시 "개인 건강정보를 공공 플랫폼을 만들어 공공이 관여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제하며 "PHR, 마이데이터의 가장 큰 문제는 보험"이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의료정보를 보험 심사 목적으로 요구하지 못하도록 국회에서 법으로 만들어주면 국민도 상당수 찬성 의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PHR 활성화 의지 "사회적 우려 살펴야"
정부도 이 같은 우려들을 모두 고려해 PHR 제도 활성화 의지를 드러냈다.
보건복지부 오상윤 의료정보정책과장은 "개인이 자기 정보를 자기가 쓰는 것은 헌법상 보장돼 있는 자기 권리 일환"이라며 "법적 이슈보다는 사회적 우려를 살펴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PHR이 도입되면 만성질환자가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고 아동이나 노인 건강을 보호자가 대신해서 챙길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아기 예방접종 일정, 치매 부모님 약 복용 및 치료 관리가 보다 쉬울 것이라는 게 오 과장의 설명.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의식이 없어도 의료진이 포털이나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치료를 할 수도 있다.
그는 "환자가 능동적으로 치료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의료인과 소통이 가능하다"라면서도 "다양한 국가가 각자 여건에 맞춰 새로운 모델을 찾아나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정립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PHR 제도에 걸림돌 해결을 위해 우선 데이터 표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오 과장은 "데이터표준화 일환으로 진료정보교류 사업, EMR 시스템 인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의료기관마다 다르게 쓰고 있는 용어를 표준화해 호환될 수 있도록 매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영상 정보도 주고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우려되는 정보 유출, 오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기전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사후적인 제제나 처벌도 필요하다. 개인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사전 예방도 중요하지만 사후 처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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