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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해선 안되는 병의원의 신음소리

발행날짜: 2019-05-23 06:00:51

이인복 기자

최근 중소병원장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얘기가 있다. 도무지 무서워서 시술과 수술을 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이들의 에피소드들은 제각각이지만 이를 모두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바로 전원이다.

근래에 응급환자 전원에 문제가 생겨 전 직원을 동원해 전화통을 붙잡고 있던 아찔한 경험을 골자로 다양한 상황들이 덧붙여졌을 뿐이다.

당장 심정지가 온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동문과 선후배, 그것도 모자라 사돈에 팔촌까지 전화를 넣고도 결국 1시간 거리의 대학병원으로 간신히 보냈다는 얘기 정도는 술자리 안주도 안될 만큼 흔하디 흔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는 비단 중소병원장들의 입에서만 들을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 일선 개원의들도 정도의 차이는 다르지만 마찬가지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급하게 살펴야 하는 환자가 있어 의뢰를 보내도 깜깜 무소식이라는 불만섞인 목소리다. 심지어 급성 심부전 환자를 의뢰하는데 3주 후에 오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들도 흘러나온다.

이들을 받지 못하는 상급종합병원들도 불만은 가득하다. 이미 흔히 말하는 케파(Capacity)를 150~200%까지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환자를 받느냐는 항변이다.

이미 응급 CT와 MRI까지 24시간 돌려도 몇 일씩 대기를 하게 되는 상황인데다 교수들도 연이은 당직에 간신히 서있는 상황에서 응급환자가 온다 한들 뭘 할 수가 있느냐는 이야기에는 이들의 핏줄도 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상황들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명 문재인 케어가 있다는 것이다.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더 싸게 제공하겠다는 정책이 당장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이 들어갈 공간을 없애고 있는 셈이다.

보장성 강화로 인한 상급종합병원들의 빗장 붕괴는 이미 수차례 지적된 바 있는 사실이다. 가격이라는 최소한의 통제 기전이 무너졌을때 쏠림 현상은 당연히 따라오는 부작용이다.

5성급 호텔과 3성급 호텔간에 단돈 2~3만원 밖에 가격차가 없다면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누구나 5성급 호텔을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이유다.

그만큼 의료계와 병원계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이러한 부작용을 외쳐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통제 기전을 만들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시키겠다며 호언장담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심정지 환자를 엠뷸런스에 태워 1시간 넘게 돌고 있는 사례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고 참다 못한 중소병원들이 잇따라 단체를 만들며 성명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그 대책은 복지부 청사 안에서만 맴돌고 있다.

지금도 전국 어딘가에서는 심정지 환자를 태운 엠뷸런스가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돌고 있을 것이다. 그 병원 의료진들은 또 다시 동문과 선후배, 사돈에 팔촌까지 전화를 돌리며 제발 받아달라며 호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로는 가고 있을지 몰라도 아예 병원에 갈 수 없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의사들의 자조섞인 농담이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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