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후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수천 개의 위성들은 지구 주위를 돌며 구름, 바다, 땅, 얼음으로부터 방대한 양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했고, 우리는 이 정보를 토대로 기상을 예측하고, 토양의 수분, 수증기, 강수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됐다.
기상학은 '허리가 쑤시니 비가 올 것이다' 수준의 경험적 지혜에서 수증기와 기압의 데이터 과학이 됐고, 농업은 '씨앗을 심고 쟁기로 땅을 가는' 행위를 넘어서 토양의 수분과 기온의 데이터 과학이 됐다.
이 모든 것은 지구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인공위성이 있기에 가능했다. 결국 인공위성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지식과 통찰을 얻게 해주었다.
인체는 지구 못지않게 많은 데이터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보들은 대부분 기록되지 못한 채 시간 속으로 흩어진다. 현재 병원에서 소변 검사, 혈액 검사, CT, MRI 등등 많은 검사가 이루어지지만, 이 검사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측정하지 못한다.
최근 웨어러블 기기 등을 이용해 몸의 연속적인 데이터를 모으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에서 출시한 애플워치4는 사용자의 심전도(ecg)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으며, 세계 곳곳의 기관에서 혈관 내의 포도당 수치를 채혈침을 쓰지 않고 측정하는 연속적 혈당 모니터링(continuous glucose monitoring)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간은 데이터의 바다이다. 그 바다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건져 올리는 것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이다.
만약 혈당 이외에 혈압, 콜레스테롤 수준, 호르몬, 작은 단백질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면, 의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하루 중 도파민, 세로토닌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면, 우울증을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암세포 바이오 마커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항암제가 잘 듣는지 여부를 더 빠르게 알게 되고 다른 항암제를 처방해 더 많은 암 환자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실시간 측정 장비를 소형화 해 하나로 묶어 혈관 속에 집어넣을 수 있다면 초소형 실시간 검사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반 상대성 이론이 그 자체만으로는 기상예측을 할 수 없듯이, 이러한 것들은 분자생물학의 지식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으며, 반드시 공학적인 응용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실시간 바이오센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항원-항체 반응 혹은 리간드-수용체 반응이 가역적으로 일어나고, 이 결합 유/무의 정보가 어딘가 저장되고, 이 정보는 실시간 몸 밖으로 전송돼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들이 엔지니어링이 요구되는 부분들이다. 엔지니어들의 손으로 인공위성과 같은 '센서'가 만들어짐으로써, 비로소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걸어 다니는 데이터다. 하지만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으는 능력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분자생물학과 반도체 공학이 만나 이러한 체내의 단백질들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바이오센서들이 개발되기 시작하면 새로운 의학적 발견과 치료법이 쏟아질 것이다.
그리고 의사의 인식 한계 속에서 행해지던 기존의 의료는 다른 인식의 높이를 가진 데이터 과학으로 변모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실시간 바이오센서'가 가져올 파급력이다. SF 소설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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