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주도 차세대 표적 치료제 기반 자료 확보 목적 "한국인 특성 반영 위한 자료…신약 개발 기틀 될 것"
수년전부터 의학계에서도 빅데이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질병, 처방 정보를 넘어 유전체 수집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어 주목된다.
차세대 신약들이 유전체를 기반으로 하는 표적 치료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단순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넘어서는 빅데이터 기반의 신약 개발을 도모하기 위한 수순이다.
27일 의학계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은 바로 대한암학회다. 암이라는 질병의 특성과 신약 개발의 수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한암학회는 유방암학회 등 25개 암 관련 유관학회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유전체 수집에 들어갔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개별 병원 단위의 질병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코호트 빅데이터가 주를 이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상당한 고가로 접근이 힘들었던 유전체 검사의 가격대가 낮아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검사가 활용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암학회 라선영 학술위원장(연세의대)은 "지금까지는 질병 정보를 통한 빅데이터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전체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일부 분야에서만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인의 특성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는 점에서 학술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암학회는 우선 유방암을 대상으로 한국 환자들의 유전체를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암 부위별로, 또한 종별로 하나씩 정보를 쌓아가겠다는 의지다.
라선영 위원장은 "암학회 차원에서 우선 유방암 유전체를 모으는 작업에 들어갔다"며 "임상 자료와 연계된 자료 수집을 통해 한국인의 유방암 유전체 지도를 모으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건강검진기관이 모인 대한종합건강관리학회도 마찬가지로 유전체 정보 수집을 진행중이다.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의 정보를 모을 수 있는데다 최근 검진에 더해 유전체 검사를 진행하는 수검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빅데이터 수집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암학회가 암 종별로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모은다면 종합건강관리학회는 건강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통한 한국인의 유전체 지도를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대한종합건강관리학회 동석호 이사장(경희의대)은 "과거에는 유전체 검사가 워낙 고가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질병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심리적 거부감으로 인해 활성화 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내가 암에 걸릴 확률이 70% 이상이라는 통보를 받으면 발병과 무관하게 우울감에 젖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제는 예방의학의 시대로 가면서 건강검진과 더불어 유전체 검사를 진행하는 수검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들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한다면 한국인 유전체 지도를 비롯해 임상 데이터를 넘어서는 강력한 빅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듯 의학회 차원에서 유전체에 대한 데이터들이 쌓인다면 표적 항암제 등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 막강한 자본과 정보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가 주도하고 있는 신약 개발 시장에 유전체를 기반으로 하는 신약을 내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암학회 정현철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신약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타겟팅의 근거"라며 "빅데이터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영상의학에 국한되고 있을 뿐 신약개발 등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결국 신약 개발의 타겟과 근거는 의학계에서 임상 자료를 통해 제시해야 한다"며 "유전체 정보들이 모여 빅데이터를 이룬다면 차세대 표적 항암제 시장에서 국산 신약의 기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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