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의약품 시판 후 축적된 리얼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e, RWD)를 허가사항과 연계하기 위한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RWD를 통해 근거 도출이 곧 규제 과학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의약선진국의 경우 실제 제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도 나온다. 해외 RWD 활용 사례, 국내에서의 제도화 움직임 등을 짚었다. -편집자 주
<상> RWE-허가 체계 연계, 선진국 사례는
<하> "RWE-허가 연계, 피할 수 없는 흐름"
미국, 일본 등에서 의약품의 시판 후 축적된 리얼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e, RWD)를 허가사항에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RWD 활용의 이점은 다양한 변수를 지닌 환자군에 진료/투약 후 나타난 부작용, 효능 등의 실제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임상 환경에서 밝혀지지 않은 의약품의 실체에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
특히 RWD-허가 연계가 고도화 될 경우 의약품의 보험 급여화 대상 선정 및 제외에 정치적인 이슈보다 RWD 분석을 통해 얻은 실사용증거(Real World Evidence, RWE)에 기반해 '규제 과학'을 확립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아직 RWD-허가 연계 필요성에 대한 논의만 진행되는 정도지만 의약선진국은 실제 제도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일본의 경우 허가 신청시 전자 임상 데이터 제출 의무화를 통해 2020년까지 RWD 활용 의약품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계획. 미국 역시 전자의무기록 자료를 활용해 의약품의 효능 및 안전성과 관련해 실시간 RWD의 분석, 반영한다는 계획을 공표한 바 있다.
해외 사례를 정리해 의약품 허가 이후 안전성, 효능, 적응증 평가 등에 RWD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폈다.
제약사 자체 분석 자료도 근거로 활용
백혈병 치료제 블린사이토 주는 단일군 임상시험과 치료이력 대조군을 비교해 유용성을 확인한 사례다.
2014년 12월 FDA는 희귀의약품 신속심사 절차에 따라 블린사이토 주에 대해 진행중인 임상3상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판매를 승인했다. 2015년 11월 유럽 EMA도 비슷한 조건으로 판매를 승인했다.
허가 신청자 암젠은 유럽과 미국의 다국적 다기관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등록된 재발 또는 불응성 전구 B세포 림프모구성 18세 이상 189명의 백혈병환자를 대상으로 블린사이토 주 치료효과를 분석한 임상 2상 결과를 FDA 및 EMA에 제출했다.
암젠은 단일군 임상시험 결과를 치료이력 대조군의 RWD와 비교 분석한 결과를 추가로 제출했다. 이때 암젠은 치료이력 대조군에 블린사이토 투약 군의 환자 분포 빈도를 가중해 보정하거나 각 환자별 성향 점수를 보정하는 방식으로 편향성(bias)를 최소화했다.
이런 가중분석을 통해 블린사이토 주의 완전관해율은 치료환자 189명에서 43%가 나왔고, 화학요법 치료환자(N=694)에서는 24%로 집계됐다. 전체 생존기간은 각각 6.1개월, 3.3개월로 블린사이토 주의 유용성을 입증했다.
FDA와 EMA는 이 자료를 검토해 임상3상 시험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조건부 판매를 승인했다. 화학요법과의 직접 비교 임상 자료 제출 대신 제약사가 자체 분석했고, 일부 보정이 들어간 RWE 역시 근거가 확실하다면 정부 기관이 인용할 수 있다는 사례를 제시한 것이다.
EMA, 임상 메타 분석으로 적응증 확대 결정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 치료제 '솔리리스'(에쿨리주맙)는 1병에 600만원에 달하는 고가약이다. 솔리리스는 최초 승인 시 임상시험을 근거로 수혈 이역이 있는 환자에 한해 사용이 승인됐다. 개발사는 이후 RWD 자료를 축적, 수혈 이력과 관계없이 용혈이 감소하고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 증상이 완화된다는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다.
솔리리스 개발사 알렉시온은 수혈 이력과 무관하게 적응증을 확대하고자 2014년 4월 유럽의약청(EMA)에 허가변경을 신청했다. EMA는 실제 학회 및 연구진이 진행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솔리리스 허가의 근거가 된 임상시험을 메타 분석하는 방식으로 RWE를 도출했다.
수혈이력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레지스트리 연구 결과와 수혈 이력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해 수혈 이력과 무관하게 유효성이 있는지 여부를 따진 것.
이에 EMA는 제시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혈 이력과 무관하게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솔리리스 사용을 확대하도록 2015년 허가변경을 승인했다.
비교임상 없는 2상으로 효용성 입증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주는 유효성 평가 시 직접 비교(head to head) 임상시험이 없었지만 RWD를 활용해 치료제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바벤시오주는 2017년 3월 미국 FDA에서 혁신신약 신속심사에 따라 추후 임상적 유용성 확증을 위한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판매승인을 얻었다. 2017년 9월에는 유럽 EMA로부터 추후 임상3상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조건부 판매승인을 얻었다.
바벤시오주 신규 허가의 근거는 전이성 메르켈세포함 치료를 위해 1차 이상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88명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 연구였다. 문제는 바벤시오주가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화학요법을 받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비교 무작위 임상시험이 없다는 점.
FDA와 EMA는 임상2상의 임상적 유용성을 판단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환자 RWD에서 얻은 치료이력 대조군과 바벤시오주 단일군 임상시험 효과를 간접 비교하는 방식으로 효용성을 판단했다.
FDA와 EMA는 단일군 임상연구의 본질적인 환계와 질환의 희귀성, 과거의 치료이력 대조군으로부터 얻은 데이터 및 문헌정보 고찰 등을 고려, 바벤시오주가 이전에 화학요법 치료를 받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유효하다고 결론내렸다.
RWE, 시판 후 안전관리에도 활용
지금까지 사례는 신규 시판허가에 RWD와 RWE를 활용한 사례들이었지만 시판 후 안전관리에도 활용되는 사례도 축적되고 있다.
EMA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피부 관련 이상반응의 빈도와 치료반응률과의 연관성을 살피기 위해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키트루다와 같은 항 PD-1 치료는 갑상선 항진증, 위장관 장애, 피로 또는 근육통, 피부 질환과 같은 다수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가려움증 및 백반증은 항 PD-1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각각 21%, 9% 보고된 바 있다.
EMA는 피부 부작용과 병의 진전 사이의 관계 분석을 위해 환자의 의료 기록정보를 근거로 투약 일정에 따라 환자군을 3개로 나눠 20011년부터 2014년까지 추적관찰했다.
분석 결과 모든 군에서 피부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의 무진행 생존 기간이 길게 나타났다. 이는 키트루다 치료를 받는 중에 종양이 계속 커진다면 체내 약의 누적용량이나 중재효과가 감소돼 피부 부작용을 경험할 확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EMA는 키트루다 사용에 따른 다양한 피부 부작용은 늦게 발생할 수 있으며 치료 중단 후에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외 2017년 영국 의약품 규제기관인 MHPR은 옵디보의 RWD 분석을 통해 장기 이식 환자에서 거부 위험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미 FDA는 메디케어 자료를 통해 류마티스성 관절염 또는 염증성 장 질환을 앓는 유방암 수술 전력 환자에 대한 Anti-TNF 제제 투약의 재발성 유방암 위험을 분석, TNF 억제제에서의 유방암 재발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HR=1.13)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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