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가정의학회-메디칼타임즈 공동기획
<가정의학과, 수련 현장을 가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동네의원 주치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우수한 일차의료 주치의를 양성하려면 어떤 수련 시스템이 필요할까. 대한가정의학회와 메디칼타임즈는 공동기획을 통해 우수한 가정의학과 수련병원을 통해 그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대형 상급종합병원 수련이 필요한 이유_서울아산병원 편
"교수님, 장기간 소화불량 증세 등 복합질환으로 내원한 환자가 있는데 이렇게 약 처방하면 될까요?"
전공의가 외래 진료 도중 약 처방에 자신이 없어 교수에게 SOS를 쳤다. 이는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외래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외래 진료실은 평균 6~7개 열린다. 그중 3~4개 진료실은 전공의 맡는다. 외래 진료 경험을 쌓기 위한 것. 진료 중 어려운 환자 사례에 직면하는 경우 잠시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옆방 교수 진료실 문을 두드린다.
외래 진료 중이던 교수는 잠시 짬을 내서 전공의가 내원한 환자에게 잘못된 처방이 나가지 않도록 함께 머리를 맞댄다. 이는 오진 혹은 잘못된 처방으로 환자의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더 많을 것을 배운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독감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하지만 진짜는 외래를 마친 이후부터다. 늦은 오후부터 교수들의 1:1지도 즉, '차트 오디트(의무기록 검사, 전공의가 환자 진료한 내용을 의무기록에 제대로 기재했는지 검토하고 피드백)' 시간이 수련의 핵심.
지도교수가 당일 전공의의 진료 환자 차트를 보면서 처방은 적절했는지, 외래 진료 중 어려움은 없었는지 등을 살피는 시간이다. 이때 전공의는 궁금했던 점이나 재진으로 내원했을 때 치료전략 등을 지도교수와 함께 고민하며 해답을 찾기도 한다.
"병력 청취를 해도 감이 안잡히는 환자의 경우 교수님이라는 큰 언덕이 있어 든든해요. 외래 진료하면서 궁금했던 것 투성인데 이를 '차트 오디트'시간에 해소할 수 있죠. 이렇게 배운 것이 오래 남아요."
교수 피드백의 효과일까. 고혈압 조절이 안되서 내원한 환자를 전공의 2년차가 국내에선 흔치않은 '갈색 세포종'을 진단해냈다.
"경증치료 간단하다?! 중증까지 알아야 할 수 있어"
"위궤양 환자 진료를 잘하려면 위궤양까지만 알아서는 자신있게 진료 못하죠. 잘못 치료했을 경우 합병증은 뭔지, 위암 환자의 증상과 치료법까지 알아야 위궤양 질환을 잘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차의료에서 흔한 질환인 두통도 마찬가지죠. 단순 두통 환자만 접해서는 뇌종양 환자를 놓칠 수 있어요. 뇌종양 초기 환자가 왔을 때 늦지 않게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하는게 주치의 역할인데 두통까지만 알아서는 절대 못하죠."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와 전공의가 외래 환자를 리뷰하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에 수련 중인 전공의들의 말이다. 이는 곧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공의들은 동네병의원이라고 경증환자만 내원하는게 아닌 현실에서 혹여 중증환자를 알아차리지 조차 못하는 게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암 경험자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환자 치료 경험을 갖춰야 환자들이 믿고 찾는 동네의원 가족주치의가 될 수 있다.
"현재 병원에서 암환자를 수시로 접하다보니 나중에 개원해서 암 수술 경험이 있는 만성질환자가 내원하더라도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하지 않고 진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은 수많은 암 환자를 접하다보니 암 병력을 지닌 고혈압, 당뇨환자 케어에 자신있다고 했다.
이는 서울아산병원에는 암센터, 암동반질환클리닉, 암예방클리닉 등 암 환자 관련 센터에서도 가정의학과 전공의 수련 시스템 덕분이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회진을 돌며 환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암센터에서는 가정의학과 교수들이 암환자의 콜레스테롤 관리 등 만성질환 진료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지켜보며 경험을 쌓고 암예방클리닉에선 가족 중 암환자 상담 등을 진행하며 지역사회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시간이다.
서울아산병원 '평생클리닉'은 유방암 부인과 고혈압 남편을 함께 치료하는 등 가족단위로 진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말 그대로 '가족 주치의'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
특히 대형 상급종합병원의 상징인 서울아산병원은 초음파, 내시경 시뮬레이션 센터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 가정의학과 전공의이지만 내과, 외과 전공의 몫지 않게 초음파, 내시경을 접하고 익힐 수 있다는 게 3차병원의 강점이다.
"대학병원은 초음파, 내시경 시설 측면에서도 우수하고 시스템으로 운영하다보니 술기 수련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어요."
병동케어도 일차의료 주치의를 준비하는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에게는 필수코스. 병동에서 드문 사례의 다양한 환자를 접하면서 내공이 쌓인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회진을 돌며 환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의과대학 시절부터 일차의료 의사 롤모델 제시"
서울아산병원이 상급종합병원 내 가정의학과 수련을 실시하는 강점은 의과대학과의 연계.
미국의 경우 의과대학 과정 중 4주간의 가정의학과 실습을 마쳐야 의사면허시험 자격이 생기는 것과 달리 한국은 의과대학 실습에 가정의학과는 아예 제외돼 있어 경험해볼 수 없는 현실. 서울아산병원은 의과대학생에게 가정의학과라는 학문을 노출시킬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선우성 교수는 의과대학 시절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의 역할을 접한 것이 향후 진로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다. 학생들의 실습을 통해 접하면서 '가정의학'이라는 학문의 중요성이나 가치를 알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일차의료를 원하는 의사들은 일찍 일차의료를 접하고 그때 좋은 의사를 만났다는 특징이 있지요.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의 경우 전공의 이전인 의과대학 시절부터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지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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