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인턴 추가수련과 더불어 정원 감축 사태가 터지면서 허술한 인턴 수련실태가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심지어 국가중앙병원을 내세우는 서울대병원마저도 전공의 수련의 기본인 인턴 필수과목 이수 규정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일선 병원계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관련기사 : 서울대병원 인턴 정원 110명 감축 패널티…초유의 사태 2019년 12월 12일자>
일선 병원계 관계자들은 "서울대병원도 인턴은 제대로 된 커리큘럼조차 없이 값싼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번 기회에 인턴 수련 시스템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털면 털리는 현실…패널티가 무슨 의미"
이번 사태의 시발점은 지난 2018년 6월, 복지부가 인턴 필수과목 수련을 미이수한 이대목동병원 전공의 9명에게 추가수련 패널티과 더불어 해당 병원 인턴 정원 9명을 감축한 것에서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일부 수련병원은 교육수련부를 중심으로 인턴 필수과목 수련 스케줄을 재점검에 나섰지만, 여전히 상당수 수련병원은 과거에 머물고 있다.
서울대병원 인턴 180명중 110명이 추가 수련 위기다. 병원에는 인턴 정원 110명 감축 패널티를 검토 중이다.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인턴은 여전히 병원 내 잡무를 처리하는 역할로 제대로 된 수련 커리큘럼은 갖추지 않고 있었다.
전문과목은 각 학회가 수련과정과 지도전문의를 두고 관리를 하지만 인턴은 병원 소속으로 묶여있다보니 각 병원에서 빈자리를 채우는데 활용되고 있는 실정.
그나마 이대목동병원 당시 처분 대상이 9명에 그쳤지만 서울대병원은 110명으로 워낙 대규모이다보니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의 사례가 있어 처분을 경감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도 지난 2017년 인턴 필수수련 미이수 사실이 확인되면서 복지부는 직권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병원계는 "털면 털리는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이다.
<관련기사 : |단독|삼성서울 인턴도 90명 중 76명 필수과목 미이수 2019년 12월 17일자>
"터질게 터졌다…이번기회에 인턴제 재논의하자"
실제로 서울대병원 인턴 사태 이후 일선 수련병원 전공의 등 의료진들은 "병원계 공공연한 사실이 터졌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대형 대학병원 한 전공의는 "스케줄표에는 소아청소년과 수련을 받는다고 적혀있지만 야간에는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타과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그나마 야간에 타과 근무를 지원하는 것은 애교. 지방의 모 국립대병원 전공의는 "일정표에는 산부인과 수련을 받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응급실 당직만 섰다"고 말했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삼성서울병원 2017년도 인턴 수련 스케줄표 중 일부. 상당수가 산과, 소청과 둘중 하나는 빠져있다. 이외 다수의 수련병원도 마찬가지라는게 병원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수도권 대형 대학병원과 파견수련을 맺은 수련병원의 경우 대부분은 인턴의 업무는 응급실 당직. 이 또한 누구나 알지만 '쉬쉬'하는 진실 중 하나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김중엽 대표는 "사실 내외산소 어떤 진료과목에서 수련을 받아도 수련 커리큘럼이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인데 산과, 소청과를 이수하지 않았으니 추가수련 받으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뿔난 서울대병원 전공의들 "합법적 파업 절차 검토 2019년 12월 16일자>
가령, 전공의 필수과목인 내외산소 수련 기간 내내 병동 콜만 받은 인턴도 수련을 받았아도 얘기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소아청소년과학회에 소아청소년과 대신 소아정형, 소아응급, 소아흉부 등 수련 인정 여부를 문의한 결과 학회로부터 소청과 이외에는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문제는 소아청소년과학회가 인턴이 소아청소년과 수련을 받을 때 커리큘럼을 제시하거나 수련을 받아야하는 항목을 제시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회장은 "인턴에 대한 표준 커리큘럼도 제시한 적 없는데 이를 이수하지 않았다고 추가수련을 받으라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소청과나 소아흉부외과 어떤 진료과목에서 수련을 받아도 다를 바 없는 시스템에서 필수과목을 미이수했다는 이유로 추가수련 처분을 내리는 것은 유감"이라며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는 의과대학 교수들도 같은 생각이다.
서울대병원 배은정 인재개발실장은 "이번 기회에 인턴 제도에 대해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인턴 시스템의 문제점에 공감했다.
대한내과학회 엄중식 전 수련이사는 "서울대병원뿐이 아니라고 본다. 상당수 수련병원이 인턴은 값싼 인력으로 쓰고있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며 "시대가 바뀐만큼 인턴제를 폐지하던지 인턴 수련 시스템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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