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중국인 입국 제한이 필요하다.
예방의학회·역학회: 외국인 입국 제한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가 중국인 입국제한을 거듭 촉구한 것과 달리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의협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좌측부터 홍윤철 교수, 예방의학회 감신 이사장, 역학회 김동현 회장, 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 비대위 기모란 위원장
예방의학회와 역학회는 10일 오후 3시, 서울의대 기초연구동 회의실에서 공동성명서를 통해 "외국인 입국 제한에 있어 국가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학교 휴교, 기업이나 상점이 장기간 폐쇄하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불필요하다"며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거나 효과없는 과잉대응을 조장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공포와 낙인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대한역학회 김동현 회장(한림의대)은 "방역은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진행 중이다. 지금의 문제는 지역사회 대응이 과학적으로 필요한 선을 넘어서 그로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전문가들의 백가쟁명식 해결책에 현혹돼서도 안된다"며 "중국에서도 우한과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의 치사율은 0.16%로 사스 9.6%, 메르스 34.4%에 비해 매우 낮아 독감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 비상대책위원회 기모란 위원장(국립암센터)은 "백화점이 소독을 위해 1일 정도 문을 닫을 순 있지만 그 이상 휴점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현재 신종코로나 확진자는 가족 등 밀접 접촉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전세계적으로 신속진단이 가능한 국가는 중국과 한국뿐이며 첫 확진환자가 확인된 이후 빠르게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증상이 없어도 2주간 능동감시 중"이라며 거듭 안심시켰다.
또한 기 위원장은 지나친 불안에 따른 대응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다른 국가를 거쳐 입국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자가격리자가 1천명에 달한다. 부족한 자원을 여기에 쏟으면 방역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우선순위를 세워야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일부 지자체의 휴교에 대해도 큰 의미가 없다"며 "독감처럼 감염원을 찾아내 관리하기 힘든 수준이거나 소아연령에서 확산정도가 큰 경우, 전반위적으로 휴교를 해야 효과가 있는데 신종코로나의 경우는 큰 효과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중국인 입국제한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미국, 유럽 입국제한을 받게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는 상당한 간극을 보여줬다.
특히 당시 의사협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예방의학회 대외협력이사인 최재욱 교수는 불쾌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예방의학회 대외협력이사인데 성명서에 대해 상의가 없었다. 전혀 들은 바 없다"며 "매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사전 예방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한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고, 곧 중국 입국 차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당 학회의 입장을 다시 살펴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해 국민건강에 위배되거나 적절치 않으면 공식 입장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의협 이외에도 일선 의료진들도 "성명서 내용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앞서 공개한 성명서에서 "국가간 상호주의 원칙을 무시한 외국인 입국 제한은 부작용이 더 크다"는 부분을 "외국인 입국제한에 있어 국가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기모란 위원장은 "의협은 단체로서의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학술단체로서 의학자로서의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며 "과학적으로 과잉대응을 자제가 필요하다는 것일 뿐 그 이외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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