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기시감을 느낀다. 너도나도 코로나 치료제, 백신 개발을 선언하는 모양새가 예전과 닮았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주식의 주도 업종은 단연 바이오·제약이었다. 2015년 한미약품이 7조 8천억원대 기술수출을 발표하면서 바이오 주도의 랠리 장세가 펼쳐졌다. 2016년 한미약품이 또다시 1조원대의 기술수출을 발표하자 사람들은 이를 카지노의 '잭팟'에 비유했다.
타 제약사들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기술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들도 앞다퉈 신약 개발을 선언했다. '그럴 듯한' 파이프라인과 기전만 있으면 그것이 곧 돈으로 직결됐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것만 같은 열기가 끓어오르면서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바이오벤처의 IPO 붐도 끊이지 않았다.
거품은 꺼지고 나서야 알게 된다는 격언이 있다. 당시도 마찬가지. 바이오 열풍이 불 때는 마일스톤이 무엇인지,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몇 퍼센티지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슬롯머신 앞에 선 것처럼.
그 이후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무산, 물거품, 주가 출렁, 곤두박질과 같은 단어들이 지면에 오르내리면서 신약 개발에 얼마나 지난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하이 리스크가 실제 얼마나 위험한지 사람들은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후, 과연 교훈을 얻었을까.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뜰 것 같은 종목이 뭐냐"다. 경제위기설로 주가가 무더기 급락한 가운데 '코로나 치료제'와 같은 가능성만 언급돼도 주가가 춤을 추기 때문이다.
최근 모 제약사 품목이 코로나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를 썼다가 주가 급등을 눈앞에서 경험했다. 해당 제약사에서 어떤 경위로 정보를 알고 기사를 쓰게됐냐는 전화를 받으면서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웠다. 맹목적인 투자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코로나 치료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미국 임상만 100여 개다. 치료제, 백신 개발을 선언한 국내 업체는 20여곳. 중국 업체/임상을 제외하고 그렇다. 한 적응증에 단기간 이렇게 많은 업체가 뛰어든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나 싶다.
코로나 테마주에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은 이에 편승하겠다는 업체들의 얄팍한 이기심이다. 기술도, 의지도 없으면서 시류에 기대 '코로나'를 억지로 끼워넣는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순간이 꽤 있다.
수 십개 업체가 뛰어든 경쟁에서 첫 성공 업체가 전체 시장을 독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암울하긴 마찬가지. 개발 성공 및 상품화 이전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는 일은 업체들에겐 끔찍한 상상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개발을 해봤자 기다리고 있는 건 '승자 독식', 혹은 '승자의 저주'뿐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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