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항암제 급여여부 결정하는 회의 코로나19 여파 잇단 연기되자 속앓이 전문 위원들 “시급을 요할 정도 아니다” 평가…대면회의는 5월 중순 예상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주요 면역‧표적항암제들의 보장성 강화 논의가 연기되자 제약업계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논의하는 전문가들은 제약업계 목소리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해당 항암제 급여논의를 서둘러야 할 만큼 시급성을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8일로 예정돼 있던 암질환심의위원회(위원장 김열홍, 고대 안암병원)는 서면회의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연장돼 대면회의가 힘들어짐에 따라 암 환자 치료를 위해 결정해야 하는 허가초과(오프라벨) 항암제 승인 여부만을 서면으로 심사한 것이다.
이 가운데 허가초과 심사 사례와 함께 논의될 주요 면역‧표적항암제 급여 확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암질환심의위 논의를 기다리는 약제들은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로리주맙)와 BMS·한국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EGFT-TKI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입센의 카보메틱스(성분명 카보잔티닙) 등이다.
이들 모두 외국제약사의 대형 약제 품목들이다. MSD의 키트루다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를 위한 1차 치료제 진입 심의가 진행될 예정인데 제약업계뿐 아니라 의료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2월 말로 예정됐던 회의에 이어 4월에 예정됐던 회의마저 연기되자 제약업계에서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암질환심의위와 같이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협의 기구의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 답답할 뿐"이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대면회의를 지양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내 암환자들의 불안감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암질환심의위에 참여 중인 위원들은 이들 항암제 급여확대 논의가 시급을 요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는 평가다.
암질환심의위 위원을 활동 중인 서울 A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세계 모든 나라가 코로나19로 계획이 올 스톱된 상황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암 환자 진료도 그대로하고 있다"며 "이러한 것을 부각해야지 마치 급여논의가 미뤄져 암 환자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제약업계의 의견 위주로 알려져 상당히 답답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사실 논의가 예정된 약제들은 1차 치료에서 실패했을 때 2차 치료서부터 건강보험 급여로 열려있다. 어떻게 보면 1차 치료에까지 확대시켜 건강보험 재정으로 일찍부터 쓰고 싶고 하는 환자들의 수요"라며 "이것은 응급상황이나 환자들의 시급성과는 맞지 않는 의견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일단 관련 의견을 기사를 통해 듣고 있지만 제약업계의 의견은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4월 말에도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지 않아 대면회의 일정을 잡지 못한다면 공식적인 다음회의 일정인 5월 20일이 돼서야 회의가 개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심평원도 4월 말 대면회의 개최를 조율해보겠다 하지만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지 않게 보고 있다.
암질환심의위 또 다른 위원은 "건강보험 재정은 한도가 있는데 암 환자들에게는 골고루 편익이 돌아가야 한다. 소외를 받고 있는 암종도 있는데 이들에게도 동등한 치료기회를 줘야 한다"며 "가령 200~300억원의 재정 부담만 하더라도 암 완치를 끌어낼 수 있는데, 다른 암종에 건강보험 재정을 쏟아 붓느라 다른 암종의 환자가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재정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단 2주 후인 4월 말로 잠정적으로 회의를 미뤘다. 대면회의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화상회의도 고민하고 있다"며 "복지부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함께 책임자의 인사도 단행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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