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에 100억여원 왔다 갔다..."대회원 사과하라" 비판도 일부 지역의사회, 정총에서 비대위 구성 발의 위한 준비 돌입
2.4%. 내년도 개원가 수가 인상률이다.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저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는 지난 17일 이 같은 수가 인상률을 확정, 건정심에 최종 보고키로 했다. 건정심 의결 단계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확정된 수치다.
그러자 개원가를 대표해 수가협상에 참여하는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최대집 집행부는 3년 연속 수가협상에 실패했다. 수가인상률 수치도 2.7%, 2.9%, 2.4%에 그쳤다. 이전 집행부가 3년 연속 3% 이상의 인상률을 받아낸 것과는 대비되는 결론이다. 올해처럼 건강보험 수가인상률이 평균 1.99% 였던 2016년에도 의원 수가 인상률은 3%를 기록했다.
다만 의원에 투입되는 추가 재정은 과거보다 높아졌다. 단순 수가인상률은 3% 벽을 넘지 못했지만 해마다 재정은 늘어난 것. 특히 최대집 집행부 3년 중 2020년 수가인상률이 2.9%로 가장 높았는데 수가인상률만 놓고 봤을 때는 3%가 안 됐지만 의원이 차지한 추가재정은 3367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흔히 0.1% 올리는 게 대수냐라는 비판의 시선도 있지만 이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올해 투입된 재정에서만 봐도 약 337억원이 0.1%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
올해 수가협상 결과 내년도 의원에 들어가는 추가 재정은 2925억원으로 수가 1% 인상시 1218억원의 재정이 들어간다. 여기서 0.1%는 약 122억원이다. 한정된 파이에서 조금이라도 재정을 더 차지하기 위해서는 협상단의 재량이 꼭 필요한 이유다.
실제 2019년 수가협상에서도 의협 협상단이 공단으로부터 처음 받아든 수가 인상률은 2.2%였다. 협상 과정에서 수치는 0.7%p 더 올랐다. 추가 재정이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파격이었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수가협상단의 협상력도 일부 작용한 결과다. 물론 결론은 '결렬'이었지만 말이다.
"0.1%라도 올리는 게 협상단의 힘...집행부가 책임져야"
집행부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수가를 0.1%라도 더 올리는 게 협상단의 역할인데 최대집 집행부는 3년 연속 협상에 실패했다.
사실 최대집 집행부에서 수가협상 '결렬'이라는 결과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최대집 회장은 당선 직후부터 수가협상 보이콧을 공언했고 "잘못해도 1%대, 잘해도 3%에 불과한 수가 인상을 위해 테이블에 앉을 필요가 없다"며 큰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수가협상에서 1%의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 1000억여원의 재정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수가협상 참여 경험이 있는 한 의사단체 보험이사는 "작년 0.1%와 올해 0.1%는 수치가 다르다"라며 "최대집 집행부가 3년 동안 망쳐놓은 수가 때문에 향후 후배들이 해야 할 일이 더 커졌다. 회장도 중요하지만 보험이사진 구성도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한 시도의사회 임원은 "0.1~2%는 수가협상단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가감될 수 있다"라며 "밴딩이 정해져 있어 협상에 한계가 있지만 많이 아쉬운 성적이긴 하다"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의료진의 헌신이 대국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라 보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가협상 경험이 있는 한 시도의사회 임원은 "코로나19가 수가협상에서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였다"라며 "수가협상단 뿐만 아니라 집행부가 청와대 사회복지 비서관 등을 만나는 등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수가는 회원 권익과 직결된 문제다. 0.1%라고 해도 100억원이 훨씬 넘는 금액인데 이게 회원에게 간다고 생각하면 큰돈"이라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데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하니 뭐가 되겠나"라고 토로했다.
최대집 집행부가 수가협상에서 잇따라 실책을 보이자 한 지역의사회는 다음달 17~18일 열릴 정기대의원총회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긴급 안건으로 발의하기 위해 대의원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도 지역 의사회 임원도 "수가협상은 명분 찾기고 방법의 문제"라며 "코로나19가 의협 입장에서는 좋은 여건이었는데 활용을 하지 못했다. 정부가 각을 세우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 수가 인상률은 최저를 기록했다"라며 "전적으로 집행부 협상력 부재에 기인한 것으로 대회원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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