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배아 이식 안정성 근거 상당수 국가 정책적 규제 국내선 다배아 이식이 지배적 "한국적 특성 존재한다"
일명 시험관 아기로 불리는 체외수정시술(In vitro fertilization, IVF)을 두고 미국과 유럽 등의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경향이 정 반대로 흐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고려해 단일 배아 이식을 사실상 정책적으로 규제하는 미국과 유럽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다배아 이식이 지배적이기 때문.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적 특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럽 생식의학회서 단일 배아 안전성 재강조 "부작용 현저히 줄어"
현지시각으로 7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온라인으로 진행중인 유럽생식의학회(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에서는 IVF와 관련한 대규모 연구가 공개됐다.
덴마크와 핀란드, 스웨덴에서 1990년부터 2014년까지 IVF로 태어난 총 11만 1844명과 500만명의 자연 임신 신생아의 안전성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것이 이번 연구의 골자.
IVF의 대표적인 위험성으로 꼽히는 선천성 결손과 뇌성마비 등의 위험성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기 위한 다국가, 다기관 안전성 프로파일 연구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1990년부터 1993년, 1994년부터 1998년, 1999년부터 2002년, 2003년부터 2006년, 2007년부터 2010년, 2011년부터 2014년으로 총 6개 그룹으로 분류해 IVF의 경향과 안전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IVF 시술에 있어 뇌성마비 등 선천성 결손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1990년에서 1993년 IVF로 출생한 신생아 중 1000명당 12.5건에서 발생하던 위험이 2011년에서 2014년에는 1000명 당 3.4건으로 대폭 감소하는 경향은 분명했다.
대조군으로 설정된 자연 임신된 신생아가 1990년에서 1993년 1000명당 4.3명에서 2011년에서 2014년 2.1명으로 소폭 감소한 것과 비교해도 큰 폭의 감소세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미국과 유럽에서 강조되는 단일 배아 이식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1990년대 말 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된 대규모 레지스트리 연구에서 단일 배아 이식의 안전성이 강조된 이후 2000년대부터 단일 배아 이식 정책이 도입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20년간 이뤄진 이번 연구를 보면 유럽에서 시행된 IVF에서 다배아 이식과 쌍둥이 출산율이 1990년 25%에서 현재 5% 미만으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코펜하임 의과대학 Anne Lerke Spangmose 교수는 "IVF에 있어 단일 배아 이식이 강화되면서 뇌성 마비 위험이 자연 임신과 동일한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하지만 아직도 일부 국가에서는 다배아 이식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표본 집단 연구를 통해 단일 배아 이식의 안전성을 다시 한번 확립한 만큼 전 세계적으로 단일 배아 이식이 강조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선 다배아 이식이 사실상 표준 치료…"한국적 특성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다배아 이식이 사실상 표준 치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IVF 부분에서 세계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배아 이식이 지배적인 상황.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IVF 기준안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복지부 기준안에 따르면 5일 배양 배아의 경우 35세 이상은 2개, 2~4일 배양 배아는 3개까지 이식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나마 이 또한 2015년 중앙심의위원회를 통해 강화된 기준이다. 과거 기준에서는 35세 이상 39세 미만은 5일 배아의 경우 최대 3개, 2~4일 배양은 최대 4개까지 다배아 이식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특히 기준이 변경되기 전에는 40세 이상일 경우 2~4일 배아는 5개까지 이식이 가능했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단일 배아 이식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국가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배아 이식을 유지한 셈이다.
그렇다면 단일 배아 이식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강조되며 유럽 국가들 중심으로 정책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에서는 이처럼 다배아 이식이 지배적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한국적 특성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내 의료계의 현실과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A대학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단일 배아 이식이 다배아 이식보다 안전하다는 것은 생식 전문가라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일단 다태아 임신 만으로 아이와 산모의 위험성 자체가 항목별로 수십배 늘어나는데다 다배아 이식이 성공률이 더 높다는 근거도 미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다배아 이식이 주를 이룰 수 밖에 없는데는 한국적인 특성들이 여러 방면에서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나라 의료계의 특성과 보험 기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과거 극히 일부에서만 시행되던 IVF를 시술하는 의료기관이 크게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그만큼 시술 수준이 많이 상승한 것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
또한 전 국민 건강보험 체제속에서 고가에 속하는 IVF를 보험 지원 범위 내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의료진과 산모 모두에게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현재 상황만 봐도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IVF를 시행하고 있고 여기서 기술을 배워나가서 의원급에서도 시술이 상당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 모두 어쩔 수 없이 성공률과 시행 건수 등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나 건강보험이 적용되다가 비급여로 풀리는 순간 전국민 건강보험 체제에 익숙해 있는 산모들이 비용면에서 받는 충격이 상당하다"며 "결국 의료진도 이를 무시하기 힘든 만큼 그 안에 해결을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산모와 의사 모두에게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 IVF 급여 기준은 2019년 지원이 확대되긴 했지만 신선 배아의 경우 1회부터 4회까지 본인부담금 30%를, 5회부터 7회까지 50%를 부담한 뒤 이후부터는 비급여로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고령 산모들이 늘어나는 점과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다태아에 대한 선호 사상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분명하게 단일 배아 이식의 안전성이 규명되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 내부적 자정 작용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B대학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다배아 이식으로 인한 다태아 임신은 사실상 IVF로 인한 부작용인데도 고령 산모들이 많아지면서 아예 쌍둥이를 원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로 인한 리스크(위험성)로 나 또한 단일 배아 이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지만 산모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의학적 근거와 한국적 문화, 의료계의 현실, 급여 기준 등이 복합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미 다배아 이식과 단일 배아 이식의 성공률은 차이가 없으며 부작용만 늘린다는 근거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단일 기관 단위에서 변화는 쉽지 않은 만큼 학회의 컨센서스(집단 합의)를 통해 정부의 정책으로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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