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 국내외 주요 연구 결과 탑10 이슈 선정 차세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인클리시란 등 '주목'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당뇨병약제인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유무와 상관없이 심혈관 사망과 심부전 악화를 감소시켰다. 당뇨병 약제가 심부전 치료제로 변모한 것.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R)은 수술 저위험군에서 수술 대비 안전 및 효과 면에서 더 뛰어난 결과를 나타냈다.
대한심장학회는 미국심장학회 및 유럽심장학회 등에서 발표된 랜드마크 임상연구들을 종합해 이같은 탑10 이슈를 선정했다. 이달 3일 2020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 '심장학 최신지견 따라잡기' 책자를 통해 소개된 주목해야 할 최신 연구 이슈들을 정리했다.
▲수술 저위험군에서 TAVR(TAVI)의 효용성은? "수술 뛰어넘어"
수술 중위험군 및 고위험군의 심한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서 TAVR은 수술과 비교해 유사한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저위험군에 대해서는 TAVR와 수술을 비교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수술 저위험군을 대상으로 이전에 시행된 연구는 대부분 후향적이거나 수술 저위험군이 일부포함된 하위 연구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PARTNER 3 임상은 수술 저위험군의 심한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TAVR군과 수술군을 무작위 배정해 1년째 사망, 뇌졸중, 재입원을 비교했다.
1년째 주요 심장 사건의 발생은 TAVR군이 8.5%, 수술군이 15.1%로 TAVR군이 낮았다. 또 TAVR군에서 30일째 뇌졸중 및 심방세동의 발생과 입원 기간 및 재입원율도 수술 대비 현저히 낮았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번 임상 연구에서 TAVR가 수술에 비해 열등하지 않은 정도의 결과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TAVR이 수술보다 우수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심장학회는 "실제 본 연구 결과를 발표한 연구자들조차 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했다고 언급했다"며 "이는 앞으로 TAVR이 심한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치료 표준으로 적응증을 넓혀 갈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안정형 협심증 환자는 수술이 대안? 약물 치료와 효과 비슷
ISCHEMIA 연구는 심근허혈의 정도가 중등도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용출성 스텐트 사용군과 약물 치료군을 비교했다. 50% 이상 관상동맥 협착소견 환자를 대상으로 침습적 치료군(약물 치료+관상동맥조영술+관상동맥중재술)과 단독 약물 치료를 진행한 보존적 치료군을 비교했다.
일차 종료점은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불안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장마비로 정의했다.
전국 37개국, 320개 센터에 등록된 517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침습적 치료군(2588명), 약물 치료군(2591명)을 비교한 결과 일차종료점의 발생은 침습적 치료군이 13.3%, 약물 치료군이 15.5%로 차이가 없었다.
다만 생존곡선을 살펴보면 초기 6개월간은 약물 치료군에 비해 침습적 치료군에서 주요 사건의 발생률이 높았으나 이후 역전돼 4년째에는 침습적 치료군에서 비해 약물 치료군에서 주요 사건의 발생률이 높았다.
이차종료점인 불안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은 침습적 치료군이 더 낮았지만 하위분석 결과 관상동맥의 심한 정도, 좌전하행지에서 50% 이상 협착의 유무 및 심근허혈의 심한 정도에 따른 일차종료점의 차이는 없었다.
▲심장학회가 주목한 약 '인클리시란', PCSK-9 짧은 반감기 보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나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있는 고위험 환자에서 LDL-C의 수치 강하는 심혈관 사건의 발생을 줄이는데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고강도 스타틴 혹은 에제티미브 복합요법에도 수치 도달에 실패하는 고위험 환자군이 있다는 것.
학회는 차세대 이상지질혈증 신약 인클리시란에 주목하고 있다. 효과가 강력한 반면 2주마다 한번 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PCSK-9과 달리 인클리시란은 6개월에 한번 주사로 LDL-C 수치를 50%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ORION-9 연구는 인클리시란의 효과 및 안전성을 규명하기 위해 8개국, 46개 센터에서 진행된 3상 연구다. 최대 내약용량 스타틴 복용에도 불구하고 LDL-C이 100mg/dl인 환자를 대상으로 설정했다.
인클리시란 300mg을 1, 90, 270, 450일째 투여받은 242명과 위약군 240명을 비교한 결과 인클리시란 투약군에서 LDL-C는 평균 45% 감소했고 위약군은 8% 증가했다. 이런 수치 변화는 환자의 유전자형과 무관했다.
비슷하게 설계된 ORION-10 연구에서도 약제 사용 510일째 인클리시란 투약군의 LDL-C의 감소율은 56%, 위약군은 1% 증가로 나타났다.
심장학회는 "고위험 환자에서 스타틴을 최대 내약용량으로 복용함에도 LDL-C 목표치에 실패했을 때 에제티미브나 PCSK-9의 추가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며 "다만 PCSK-9은 효과가 뛰어나지만 2주에 한번 주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인클리시란은 6개월에 한번 주사를 맞으면 되므로 환자의 복약순응도면에서 PCSK-9 억제제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향후 장기 사용에 대한 안전성 및 심혈관 사건에 초점을 마춘 후속 연구가 보강돼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적수 만난 PCSK-9의 현재와 미래는?
PCSK-9 억제제는 현재 국내를 비롯한 주요 해외 학회 개정 가이드라인에 새롭게 이름을 올릴 정도로 실효성 및 안전성 면에서 이견이 없는 약제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가격대로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FDA에서 승인된 PCSK-9 억제제는 alirocumab과 evolocumab이 있는데 이중 alirocumab은 미국 일주 지역에서 절반 수준의 가격 인하를 발표한 상황.
심장학회는 "가격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하버드대학 심장내과 교수팀이 진행한 비용효과성 연구에서는 여전히 가격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2018년 11월 발표된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도 여전히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가격을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한다"고 말했다.
PCSK-9 억제제는 PCSK-9에 대한 단일클론항체로 작용해 PCSK-9 수준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가진 반면 최근에는 간에서 PCSK-9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의 siRNA인 인클리시란이 개발됐다. 비슷한 기전이지만 인클리시란이 긴 반감기 및 이에 따른 복용편의성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에 향후 PCSK-9의 시장성은 인클리시란의 시장 침투 속도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학회는 "인클리시란은 이미 PCSK-9 수치 및 LDL-C를 충분히 감소시키는 것이 확인됐고 2024년쯤 최종 임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PCSK-9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종류의 항체, 백신, 유전자 조작 등의 방법론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응급상황에서 한숨 돌릴까…티카그렐러 효과 역전 주사제 등장
티카그렐러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서 심혈관 사고의 감소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다. 문제는 급성 출혈 시 약제의 효과를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것.
최근 연구에서는 티카그렐러의 역전(reversal) 약물인 PB2452 주사요법과 위약의 비교 연구가 진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연구 결과 티카그렐러 치료 48시간 후 혈소판 응집의 80%가 활성이 억제됐다. 반면 PB2452 주사 후 혈소판 활성은 유의하게 증가했다. 티카그렐러 활성 역전 즉, 혈소판 활성의 증가는 PB2452 주사 5분 이내에 관찰됐고 20시간 이상 지속됐다. 약물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학회는 "PB2452는 빠른 시간 내에 유의한 부작용 없이 티카그렐러 항혈소판 효과를 역전시켰다"며 "우리나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역전제의 높은 가격 책정 등이 임상에서의 전면적인 사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혈전 합병증의 괴위험군 환자, 신기능 저하 PCI 환자, 다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 등에서는 주요 출혈의 염려를 덜게 돼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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