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강남역 사건, 2018년 경북 경관 사망사건, 고 임세원 교수사건, 2019년 안인득 방화살인사건에 이어 최근 부산 정신과 의사 사망사건까지.
매년 잊을 만하면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고인이 된 부산 정신과 원장 역시 고 임세원 교수처럼 피의자인 정신질환자를 제지하고 최악의 상황을 막아 보려다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해당 사건은 퇴원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한 뒤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는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을 만들 때부터 여러 번 되풀이됐다. 정신건강복지법은 환자의 인권을 위해 비자의입원을 줄이고 퇴원은 쉬워져야 한다는 기조 아래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법인데, 의료계에서는 이를 통해 수많은 범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장점보단 부작용을 우려했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떠한가. 입원은 어렵고 퇴원은 쉽게 바뀐 법 시행 이후 폭력성이 잠재된 환자들에게 의사 혹은 일반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늘 위기 대응에 부산하다. 하지만 정작 정신건강복지법이 가지고 있는 거대하고 구조적인 문제는 조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이 발생한 뒤 이를 막고자 방지책으로 내놓은 시스템은 이번 사건에서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인 의원에서 발생한 탓이다. 고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 뒤 정부는 병원에 안전요원 의무화와 그에 따른 안전관리료라는 보상책을 설계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의원을 대상으로 한 보완책은 전무하다. 실망스러운 것은 방지책 논의 당시 의료계는 의원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하면서 추가적인 방지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그 사이 폭력성을 가진 환자에게 정신과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또 사망하고 말았다.
이를 두고 한 정신과 의사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매년 의사가 사망하고 주변 환경은 계속 나빠져 가는데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환경에 둔감해 진 것 같다"고 말한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부작용에 대한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경고가 거듭될수록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개구리처럼 2년 만에 빠르게 변화된 의료환경을 느끼지 못한 채로 의료 현장에 노출돼 있다.
이제는 정신건강복지법이 부른 문제를 어떻게든 바꿔가야 한다. 과연 이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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