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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코로나, 인력 없는데 병상만 비운다고 해결되나"

발행날짜: 2020-09-09 05:45:56

정부, 병상 요구에 일선 병원들 "현장 모르는 소리" 한숨
중환자 전문의들 "제2의 대구동산병원 역할 필요" 주장도

"병상만 비우면 뭐하나, 환자를 치료할 의료진이 없는데…"

정부가 최근 중증 코로나환자 치료병상 확보를 위해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추가 병상 확보 방침을 밝혔지만 일선 의료진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정부는 7일 기준으로 향후 60여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실행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증 코로나 환자 전담할 제2의 대구동산병원 필요"

중환자 전문가들은 상급종합병원에 부담을 주는 대신 앞서 대구 팬데믹 당시 대구동산병원과 같은 역할을 해줄 병원을 운영이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가령, 국립중앙의료원이나 서울의료원 등 공공병원에 일반환자를 비우고 코로나 환자 치료에만 전담하도록 하면 병상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중증 코로나 환자를 위한 병상 확보에 나서자 일선 상급종병 의료진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중환자의학회 홍성진 전 회장(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은 "대구동산병원이 당시 대구지역 중증환자의 절반을 소화해줬듯이 수도권에서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할 병원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미 일반 중증환자 치료에 비중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에 코로나 중증환자까지 떠 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공병원 의료진이 코로나 중증환자를 치료할 역량을 갖췄는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 상황. 결국 문제는 의료인력인 셈이다.

평상시 상급종합병원 환자 기준에 맞춰진 의료진이 기존 일반환자 진료와 코로나 중증진료까지 동시에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암 환자 등 중증도 있는데…무조건 병상 어떻게 비우나"

특히 서울대병원 등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상당수는 환자 중증도가 높은 환자가 상당수. 정부가 거듭 코로나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을 비울 것을 요구하자 역할갈등에 빠지고 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내과 교수는 "코로나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을 계속 늘리라고 요구하면 이미 입원 중인 암, 심근경색 등 중증환자는 어쩌란 말이냐"라며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상종에 중환자실을 비우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하지만 그럼 일반 중환자 치료는 안해도 된다는 얘기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서울권 상급종합병원 외과 교수는 "최근 의료계 총파업으로 일반진료도 마비된 상태인데 코로나 중환자 진료가지 업무를 떠안게 되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들 의료진에 따르면 중증 코로나 환자 치료는 일반 중환자 진료 대비 더 많은 수의 의료진을 투입해야한다.

실제로 코로나치료 전담병원인 가천의대 길병원의 경우 코로나 중증환자를 위해 10병상을 운영하는데 총 50명의 의료진을 투입했다.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에크모, 벤틀레이터, 치매동반 환자 등 코로나 중증환자는 일반 중중환자보다 더 많은 의료진을 필요로한다"며 "의료진이 없는데 병실만 비워서 뭐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서 전문가들은 코로나 중증환자 병실을 비워둬야한다고 수차례 주장했지만 이를 귀담아 듣지 않은 결과"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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