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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인가 시기상조인가…학자들이 평가한 의료 AI 전망

발행날짜: 2020-11-02 05:45:57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주축 전문가들 기대와 보완점 정리
영상 진단·IOT 기술 가능성 높게 평가…정보 보호 등 한계점

닥터 왓슨의 등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의료 인공지능(AI)이 다방면에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이를 개발하고 임상에 활용하고 있는 학자들은 과연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혁신이라는 의견과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의료 인공지능에 대해 이들 전문가들은 분명한 고유의 특성을 통한 발전 가능성을 강조하면서도 아직은 해결해야 할 보완점들이 산적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전문가들의 컨센서스 도출

대힌의료인공지능학회를 주축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의료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전망, 나아가 한국에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백서를 마련하고 오는 2일 대한의학회를 통해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

의학회를 중심으로 의료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연구가 나왔다.
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빅데이터와 하드웨어의 발달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게 높다는 점에서 의학은 물론, 공학, 인문학, 법률 전문가들이 모여 사실상의 '종설'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이 백서를 위해 참여한 연구진은 서울대 의과대학을 비롯한 11개 의대와 KAIST 등 6개 공과 대학, 보건산업진흥원 등 정부 기관 등 20여개 기관에 달한다.

의료인공지능학회 관계자는 "IT 기술 발전과 빅데이터의 축적으로 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보건의료가 혁신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기존 의료기술과 분명히 성격이 다른 만큼 이에 대한 우려 또한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라 의료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보완점과 개선점을 정리하기 위해 대규모의 다기관 협의체 형식으로 종설을 마련했다"며 "한국의 의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일 공식적인 배포에 앞서 백서에 담긴 내용들을 살펴보면 일단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되거나 개발 중인 인공지능 기기와 연구를 영역별로 정리했다.

또한 이 기술들이 실제로 임상에 활용되기 위한 제언들을 전문가 합의문의 형식으로 추가했다. 수많은 기업에서 다양한 기기들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구현되는 수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제언을 내놓은 셈이다.

영역별 의료 인공지능 개발 속도전…진단 분야 가장 활발

일단 전문가들은 의료 영상 분석 인공지능이 현재까지 임상 적용에 가장 근접한 기술로 인정했다. 딥러닝 방식을 활용한 빅데이터의 축적으로 수많은 분야에서 기술들이 상용화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진단 분야와 IOT 기반의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머신 러닝 방식의 의료 인공지능은 CT와 MRI는 물론, 초음파, 병리 슬라이드를 넘어 안저 영상, 내시경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의 중증도를 진단하거라 분류하는 기술까지 이르러 있다.

이미 지멘스가 흉부 CT 진단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AI-Rad Companion Chest CT를 내놨으며 필립스도 인공지능 개방형 플랫폼인 IntelliSpace Discovery를 개발하고 디지털 병리 분야를 겨냥한 IntelliSite 병리 솔루션에 상용화를 추진중이다.

특히 이러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외에도 미국 벤처기업인 아테리스는 이미 심장과 간, 폐에 대한 의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의료 인공지능 영상 분석 시스템에 대한 상용화 과정에 접어든 상태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뷰노와 루닛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에 시스템을 도입해 상용화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의료 영상 분석 인공지능과 함께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사물 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들이다.

이미 2007년 애플이 스마트워치에 심방세동을 감지하는 기술로 FDA 승인을 받고 상용화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이 기기가 향후 혈중 칼륨 수치가 높은 심혈관 질환이나 만성 신장 질환 환자에게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IBM과 메드트로닉이 공동으로 개발한 닥터 왓슨 기반의 지속적 혈당 모니터링 시스템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비 침습적 장비들이 지속적인 환자 모니터링에 혁신적인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전자의료기록(EMR)을 활용한 의료 인공지능 기술도 유망한 분야로 보고 있다. 병원 치료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IBM이 암 환자를 위한 최적의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개발한 왓슨 온콜로지가 대표적인 경우.

이미 한국에서도 에비드넷이 공통 데이터 모델(CDM)을 기반으로 다기관 임상 빅데이터 분석 기술 개발에 들어갔으며 셀바스 AI가 유사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개인 정보 활용 문제 발목…"표준화 가이드라인 시급"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의료 인공지능이 상용화 혹은 직전까지 이르렀지만 아직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의료 인공지능에 대한 정책적 기반이 없다는 것을 한계로 지적했다.
일단 전문가들은 의료기록 등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법적, 도덕적 문제를 최우선적인 걸림돌로 지적했다.

결국 상당수 의료기기들이 빅데이터에 대한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민감한 개인 정보를 포함한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인 문제를 풀어갈 방법들이 아직은 미비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이러한 이해 관계들을 해결 하기 위해 HIPAA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를 만든 상태다. 유럽도 2016년 EU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 인공지능 개인정보 보호법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제정된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인 경우. 이 법안을 통해 빅 데이터 연구 활성화를 위한 길이 열리긴 했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의료인공지능학회 관계자는 "그동안 수많은 국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국가도 의료 빅데이트와 관련한 개인 정보 문제를 해결한 나라는 없다"며 "특히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들은 심각한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의료 인공지능이 과거의 의료기술과는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분류 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료 인공지능 기기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존재해 의료기기로 분류하기도 어려운 만큼 이를 승인하고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어느 국가도 의료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표준화된 승인 규제책을 정비한 곳이 없다는 점에서 이를 풀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특히 전문가들은 의료 인공지능이 실제로 임상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안전과 책임 문제를 비롯해 기존 시스템에 이를 녹여내기 위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의 모든 국가가 의료 사고 발생시 모든 책임이 의료진에게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 인공지능의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책임 소지와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한 학계의 노력과 함께 과거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의료 인공지능 기업들에게 의료진에게 친숙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기존 의료 시스템에 침투하기 위한 효율적 전략을 주문했다.

현대 의료 분야의 복잡성을 고려할때 의료 인공지능이 실제 임상 현장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현재 의료 시스템에 과도한 변화를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것.

따라서 의료진이 인공 지능 기기의 기술적 측면을 이해하지 못해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의사 친화적 구현 기술과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인공지능학회 관계자는 "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전통적 의료시스템과는 완전히 결을 달리 한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인공지능이 임상에 적용되는 사례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문제점 들을 시급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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