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염학회, 감염관리간호사회, 결핵및호흡기학회, 소아감염학회, 예방의학회 등 11개 단체가 공동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급증과 관련된 전문학술단체 성명서를 냈다.
지난 8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큰 유행이 발생한 이후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던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부에 보다 강력한 방역 조치를 주문하기 위함이었다.
"방역 조치를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해달라, 학계·전문가와 보다 긴밀한 논의 구조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지만 저간 사정은 알만하다. 여전히 보건당국의 행태는 전문가 우선주의와는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다는 게 의학계의 판단이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단체는 그간 참 손발이 안 맞았다. 의사협회는 올해 초 중국인 입금 금지 요구 등 무려 6차례의 권고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경고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는 유독 독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많았다. 불과 두 달만에 사망자는 100여명을 훌쩍 넘겨버렸다. 의사협회는 이를 이례적이며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현상으로 판단, 접종 중단을 권고했지만 이마저도 질병관리청의 "접종과 사인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는 한마디 말로 일축당했다.
접종의 이익이 위험을 상회한다는 게 질병관리청의 판단. 질병청은 믿고 접종을 지속하라고 했지만 되레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독감 기피 현상은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감에 걸리는 게 차라리 목숨을 건 도박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국민 개개인의 판단이 서려있다.
안타까운 건 정부가 자칭 K-방역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그 실상은 '임기응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8월부터 쿠폰을 뿌려대며 밀접 접촉을 유발하더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책임을 엄한 보수집회 탓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반사회적 범죄, 살인자 등의 표현으로 보수집회는 막은 반면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선 관대한 기준을 적용해 '이중잣대', '정치 방역'이라는 오점까지 남겼다.
성공적인 K-방역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상은 여타 선진국 대비 코로나19 백신 확보에도 뒤쳐졌다. 미국은 최대 6억개, EU는 3억개를 확보했다. 옆나라 일본만 해도 3억개 물량의 확보했는데 국내는 여전히 백신이 개발된 후 구매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의 부실이 드러난 이후 콜드체인 시스템을 어떻게 개편하고 있는지도 함구하고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보관·운송에 영하 70도를 유지해야 한다.
고작 2~8도 온도 유지도 서툴렀던 유통 시스템을 어떻게 영하 70도 이하로 유지할지, 그런 시스템이 갖춰지기나 한건지,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한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코로나19와 같이 생활한 것이 벌써 10개월째, 코로나19는 이제 '뉴노멀'이 됐는데도 국민들은 좀처럼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도 당국의 일방통행식 소통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 불안감의 정체가 혹시 불신 때문은 아닐까. 코로나19나 독감 바이러스가 무서운 게 아니라 보건당국이 헛발질이 무서운 게 아닐까. K-방역은 지금까지 국민과 의료진이 주역이었다. 변명은 필요없다. 이제 정부 차례다. 자화자찬 대신 실적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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