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증 추가로 내분비내과, 심장내과, 신장내과 사용 기대감 각과 전문가들 계열효과 한목소리...과별 처방 패러다임 변화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가 혈당 강하 효과와 심혈관 보호 효과에 이어 신장 질환 혜택까지 검증하면서 거침없이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에 혈압 조절 이후 뚜렷한 관리 방법이 없던 신장 영역에서 당뇨병 유무와 별개로 사용가능하다는 점에서 임상 현장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내분비-심장-신장' 등 3가지 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처방 패러다임 변화도 점쳐지고 있다.
다파글리플로진 신장 적응증 획득…당뇨‧심장‧신장 3관왕
SGLT-2억제제 계열 당뇨병약인 다파글리플로진은 이미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심부전으로 추가 적응증을 받으며 제2형 당뇨병 치료제를 넘어 심장약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파글리플로진의 만성 심부전 치료제로 추가해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심부전 치료제로 사용되는 국내 첫 SGLT-2 억제제 타이틀을 차지했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질병 진행의 위험이 있는 성인 만성 신장 질환(Chronic Kidney Disease, CKD) 치료제로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만성질환 그랜드슬램의 방점을 찍었다.
FDA 승인에 배경이 된 것은 DAPA-CKD 임상시험으로, 연구 결과 1차 목표점으로 설정한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 50% 이상 지속 감소 또는 말기 신질환 발생, 신질환 또는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 등을 종합해 평가한 결과 포시가를 복용한 환자들이 위약군보다 39% 의미 있게 낮았다.
또한 다파글리플로진군은 2차 목표점이었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31%,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29% 유의하게 낮았다. 결론적으로 다파글리플로진이 당뇨병과 무관하게 만성 신장 질환자가 말기 신장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을 크게 줄인다는 것을 검증한 것.
전문가 평가 긍정적…"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파글리플로진이 만성 신장 질환 치료제로 적응증을 받은 것을 두고 국내 신장 전문가들도 기대감을 표시하고 환영하는 모습이다.
현재 당뇨 유무와 별개로 신장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ACE억제제나, ARB차단제 등으로 관리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SGLT2억제제 계열 약제의 치료 영역 확장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라는 반응.
대한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서울성모병원)은 "일부 고혈압 약제들이 신장 기능 악화를 막는다고 해서 20~30년 써온 것 외에는 제대로 된 신약이 없었다"며 "다파글리플로진 등 약제가 임상 성공으로 신장에 대한 보호 효과를 확인한 것은 신장을 치료하는 의사에게 굉장히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파글리플로진의 기존 목적인 당뇨병 치료와 연관해서도 만성 신장 질환에 대한 효과는 긍정적이라는 게 의료진의 평가다.
대한내분비학회 김대중 보험이사(아주대병원)는 "당뇨 유무와 상관없이 기존에 신장이 나빠질 경우 혈당 조절이나 혈압 조절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하지만 SGLT-2 억제제가 속속 신장 기능 악화를 막는다는 기전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기대할만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 약제로 당뇨병과 심장 질환, 신장 질환까지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대다수 질환들이 동반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양철우 이사장은 "말기 신부전 환자의 50%는 당뇨병을 앓고 있고 당뇨병 환자의 50%는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사망한다"며 "혈당 강화 효과와 더불어 심장과 신장에 효과를 검증한 것은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켠에서는 다파글리플로진이 신장 질환에 단독 요법으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장이 많이 나빠진 사람에게 다파글리플로진이 도움이 될지에 대한 부분은 현재로서 미지수라는 것이다.
김대중 보험이사(아주대병원)는 "당뇨병이 있는데 아직 신장 기능이 괜찮고 신장이 망가지기 시작한 초기 환자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본다"며 "신장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둔화시키는 기전이라는 점에서 신장 상태가 매우 안 좋아진 환자에게 도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신장내과에서는 SGLT-2 억제제의 특수성에 기인한 요로 감염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SGLT-2 억제제가 소변으로 당을 배출하기 때문에 요로 감염이 잘 생길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신장 기능이 나빠질 수 있어 신장내과 전문의로서는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요소라는 설명.
대한신장학회 신석준 보험법제이사(인천성모병원)는 "요로 감염이 반복되면 신장기능이 나빠질 수 있는데 이러한 SGLT-2 억제제가 신장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결과가 나와 혼동스럽기는 하다"며 "신장기능이 많이 안떨어지고 비교적 관리가 더 잘되는 환자들에게는 충분히 사용할만 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다파글리플로진이 말기 신부전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만성 신장 질환 처방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만성 신장 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말기 신부전으로 국내에서는 매년 10%씩 꾸준히 늘어 현재 세계 4위라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말기 신부전 환자에 쓰이는 재정이 약 2조5000억 원이지만 전체 보험에서 말기신부전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5%가 채 되지 않는다.
결국 소수의 환자들이 투석을 통해 재정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은 "신장치료의 큰 정책 방향은 말기신부전으로 가는 환자를 줄일 수 있는 조기진단과 신장이 나빠지는 것을 막는 치료, 대국민 교육 등이 있다"며 "선진국 대비 국내는 아직 부족한 측면이 있고 그런 의미에서 다파글리플로진으로 말기 신부전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면 획기적인 약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 영역 넓히는 SGLT-2i…다음 타자는 누구?
이러한 방향성은 같은 SGLT-2 억제제 계열 약제에 공통분모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엠파글리플로진, 얼투글리플로진, 에르투글리플로진 등도 대규모 임상을 통해 하나둘 입증하고 있어, 계열효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 릴리는 엠파글리플로진을 필두로 8개의 RCT 임상시험과 2개의 리얼월드근거(RWE) 연구로 구성된 EMPOWER 프로그램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는 상황. 그 중 EMPA-REG OUTCOME 임상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계 및 신장 동반 질환에서도 SGLT2억제제의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을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표준 치료제와 병용 사용한 결과, 심혈관계 위험과 동시에 사망 감소 결과까지 확인했다.
또한 해당 연구의 하위 분석으로 기저 심혈관계 질환 동반 여부에 따라 신장 질환의 발병 또는 악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한 결과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표준 치료제와 엠파글리플로진 병용 투여 시 위약 대비 신장 질환의 발병 또는 악화 위험을 39%나 줄였다.
현재 베링거인겔하임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EMPA-KIDNEY 임상연구를 통해 당뇨병 유병 여부에 관계없이 만성 신장 질환 환자의 신기능 악화와 심혈관계 사망 발생에 미치는 엠파글리플로진의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을 진행 중에 있다.
이외에 MSD도 지난해 발표된 VERTIS-CV 연구를 토대로 심부전과 신장질환에서 얼투글리플로진의 임상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신장학회 신석준 보험법제이사는 "여러 당뇨약 중에서 SGLT-2i 계통의 약을 써서 신장이 나빠지는 속도를 막을 수 있다면 당연히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다파글리플로진은 이미 당뇨약으로 적응증을 받았기 때문에 국내 신장 적응증과 관계없이 처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뇨가 없는 환자에게도 신장에 도움이 되고 보험이 된다면 처방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며 "신기능이 많이 떨어져있지 않은 3기 이전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당뇨-심장-신장 통합 관리 패러다임 전환될까?
SGLT-2 억제제 계열 약제의 치료 확장성이 검증되면서 언급되는 다음 스텝은 심장(Cardio)―신장(Renal)―대사질환(Metabolic) 분야의 통합 관리 치료 패러다임 변화다.
심혈관, 신장, 대사계가 상호 연관돼 질병의 연속선 상에서 다수의 동일한 위험 인자와 병리적 경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한 영역에서 기능 이상이 발생하면 다른 영역의 기능 이상 발생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
즉,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심부전, 신장 질환 등 상호 연관된 질병의 발생으로 이어져 사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통합 관리하는 약제의 등장은 매우 고무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는 다파글리플로진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2018년 심혈관과 신장 내분비 질환의 통합적 접근을 표방하는 'CaReMe(Cardiovascular Renal Metabolism)' 비전을 선포한 상태다.
사업부 또한 지난 2017년 브릴린타 사업부와 당뇨 사업부를 통합해 출범한 CVMD(Cardiovascular Metabolic Disease) 사업부를 CVRM(Cardiovascular Renal Metabolism)로 변경하며, 궁극적으로 심혈관 및 신장 질환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고, 치료성과 개선 및 사망률 감소라는 방향성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
김대중 교수는 "당뇨병이 있던 없던 만성 질환 관리에 있어서는 결국 심장과 신장이 중요하고 넓게 보면 뇌혈관도 마찬가지"라며 "심장과 신장이 병이 생기는 기전이 상당히 유사하고 당뇨병으로 인한 혈압 영향도 공유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런 점을 다 같이 좋게 해줄 수 있는 치료의 컨셉트가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당뇨, 심장, 신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성은 매우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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