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비대면 임상 도입 추세…국내선 "효과 떨어져" 바이오협회‧정부, "장기적 관점 비대면 임상 준비 필요"
코로나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비대면 임상이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모습이다.
제약바이오업계가 비대면 임상이 궁극적으로는 가야할 길이라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임상시험의 풍경이 변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코로나 대유행을 겪으며 대상자 지원 감소나 임상 건수 하락이 현실화 됐기 때문. 그동안에도 비대면 임상에 대한 시도가 계속 있어왔지만 코로나가 가속화 시킨 셈이다.
실제로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만 봐도 글로벌 임상시험위탁기관(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CRO)들은 비대면 임상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온라인 비대면 진단, 원격 처방, 웨어러블 진단기기 활용 등 분산형 임상시험(DCT)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모더나의 경우 코로나 mRNA 백신 임상시험에도 스마트폰으로 임상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구현해 대상자들의 의료기관 방문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유럽 등 해외 규제기관 또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임상시험 수행과 관련한 긴급 지침을 통해 모니터링 요원이 직접 임상시험기관에 방문하지 않고 원격 모니터링을 허용하며 변화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국내도 비대면 임상시험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국내 임상시험 상황으로 한정할 경우 비대면 임상을 해외와 같이 접목시키는 것은 허들이 높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예로 들면 크기로 인해 단일 생활권이 불가능하고 지역별로 시차도 많이 난다"며 "임상은 결국 시간과 돈이 문제인데 비대면 임상을 도입하면서 실질적인 비용절감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한국은 단일 생활권으로 비대면으로 인력이나 물리적인 시간에 대한 소요가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비용을 떠나 가장 큰 이슈인 임상의 질 문제도 남아있는데다 개인정보 등의 규제도 허들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비대면 임상이라는 화두가 이전부터 나왔지만 여전히 현장에 접목되지 못한 것은 여러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비대면이라는 말이 없어서 원거리 임상이라는 이름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있었다"며 "하지만 원격의료처럼 보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몇 년 안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개념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바이오협회, "국내 임상 효용 제기 공감…장기 관점 준비돼야"
이와 관련해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상임부회장 역시 국내 임상으로 한정할 경우 비대면 임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비대면 임상을 하는 이유가 비용과 환자모집이 가장 큰 부분인데 오프라인보다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또 상대적으로 국내 임상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비대면 임상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된 것처럼 글로벌 차원에서 비대면 임상의 추세는 불가피한 상황. 이 부회장은 비대면 임상을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CRO들이 비대면 임상을 테스트 하고 있어 조만간 글로벌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또 글로벌 임상의 경우 다국가적으로 많은 인원이 필요해 비용 절감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즉, 비대면 임상을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과 환경이 안돼서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만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
이에 대해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유지한 팀장는 "코로나를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비대면 임상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준비를 하려는 상황"이라며 "실제 업계에서 당장 허들이 있다고 느끼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구상하는 단계로 이해해 주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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