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협상·중재 프로그램' 설립한 로버트 보돈 교수는 협상의 원칙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설득보다 '경청'이 먼저고, 상대방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하나는 반드시 '반대급부'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 동시에 제대로 된 협상은 파이를 키우는 '윈-윈'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 한 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재평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가산 재평가 등 관련 기관의 다양한 제네릭 약제 재평가 정책 후속조치로 관련 제약사들과 약제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임상 재평가의 경우 제약사가 임상에 실패할 경우 그동안 청구됐던 약제비를. 가산 재평가의 경우 약가 가산 적용을 받던 약제들의 약가 인하를 둘러싸고 해당 제약사들과 협상을 벌이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건보공단은 추가로 특정 약물이 청구가 급증하면 추가 약가를 인하하는 사용량-약가연동 협상(PVA, Price-Volume Agreement)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건보공단이 국내 제약사를 중심으로 벌이고 있는 다양한 '협상'은 과연 협상의 기본 원칙에 부합할까.
일단 설득보다 경청이 먼저라는 협상 자세는 부합된다고 본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제약사들과 의견을 나눈 후 추가로 이의신청 과정까지 뒀기에 의견을 듣지 않는다는 일부 제약사들의 의견은 다소 거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다양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제약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노력을 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과연 '협상'을 하면서 건보공단은 상대인 제약사가 원하는 '반대급부'로 무엇을 제시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보건당국의 다양한 제네릭 정책 추진이 과연 정부, 제약사, 환자 모두에게 윈-윈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단적으로 최근 콜론알포세레이트 제제를 둘러싼 환수협상을 봐도 그렇다. 당장 약물의 급여삭제 시 의료진들은 처방을 대체할 약이 없다는 점을 하소연하고 있는데 정책에 따른 환자 민원 부담은 오롯이 의사들에게 맡겨둔 상황이다.
물론 이 같은 정부의 제네릭 재평가에 따른 급여 축소 방침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고가 신약이 국내에 속속 도입되고 있고 이에 대한 환자들의 급여 등재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어떻게든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본적이라고 협상이라고 칭한다면 제약사들도 정부 정책에 동참할 수 있도록 보다 반대급부는 차치하더라도 치밀한 제도 설계, 의견수렴 등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최근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국내사들을 중심으로는 정부 정책만 나오면 소송 가능성 여부부터 챙겨본다는 말을 버릇처럼 하게 된다고. 이제는 정부의 약제비를 둘러싼 다양한 '협상'을 두고서 '통보'로 읽는 제약사 태도가 일상화된 지 오래다.
충분한 준비와 의견수렴 없이 진행되는 '협상'으로 벌어진 제약사의 태도 변화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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