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시국 탓에 병원 경영사정이 어렵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게다가 법정공휴일 유급화, 1년 미만 근속자에 대한 연차휴가 부여 등 노동관계법이 점차 강화돼 근로자에게 지불해야 할 인건비는 조금씩 늘어나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있는지 연락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진 느낌입니다. 안타깝게도 뚜렷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어서, 서로 한숨만 푹푹 쉬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나가는 인건비, 벌어져선 안 될 임금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임금명세서를 통해서인데요. 지난 칼럼(http://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ID=1141088)에서 언급했듯 바로 올해 11월 19일부터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가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최근에 임금명세서 기재사항이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통해 확정됐습니다. 기재사항은 아래와 같으며, 5인 미만 사업장인 경우 일부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성명, 주민등록번호, 고용연월일, 종사하는 업무, 임금 및 가족수당의 계산기초가 되는 사항, 근로일수, 근로시간수,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시킨 경우에는 그 시간수(5인 미만 사업장 미기재 가능), 기본급 및 수당, 공제내역 등입니다.
단순하게 본다면, 병원 사업장에서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늘었다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전까진 임금대장만 작성해 보관하면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임금대장에 있는 항목을 끌어와 임금명세서를 만든 뒤 이를 근로자 한명 한명에게 교부해야 되니까요.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인 법입니다. 임금명세서만 잘 활용한다면, 병원 사업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인건비 지불, 임금 분쟁 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임금명세서 기재사항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근로시간수'와 '연장・야간・휴일근로 시간수'입니다. 그간 병원 사업장에선 업종 특성상 시간외 근로가 많은 탓에 이에 따른 가산임금을 적정하게 지급했는지를 두고 수많은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원환자를 24시간 빈틈없이 돌보기 위해선 단 몇 분의 업무공백도 허용되지 않기에 근로자들은 나름의 순번을 정한 뒤 '오프(off)' 개념을 활용해 근무스케쥴표를 하루하루 채웠나갔지만 연차휴가 사용・결근・지각・경조사 발생・입원환자수 변동・법정공휴일 휴무・인증준비 등 수많은 변수가 발생해 사전에 정해진 근무스케쥴표가 항상 어긋났던 것입니다. 그러니 컴퓨터 타자로 깨끗이 인쇄된 근무스케쥴표는 어느새 볼펜으로 끼적인 수정사항으로 어지럽혀졌고, 바로 그때부터 소정근로일・소정근로시간을 과연 얼마만큼 초과했는지를 두고 병원-근로자간 알력 다툼이 발생하게 된 것이지요.
그 알력 다툼이 매월 임금지급일 전에 끝나면 다행입니다. 비 오면 땅이 굳는다고, 갈등의 다른 면이 곧 상생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근속기간 내내 이러한 힘겨루기가 지루하게 진행된다는 것이고, 근로자가 퇴사하는 시점에 기어코 노동청 사건으로 비화된다는 것입니다. 서로 있는 치부 없는 치부 다 드러내며 없는 입증자료도 만들 기세로 싸워야 겨우 본전치기가 가능한 게 노동청 사건입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상처입기 싫다면, 어쩔 수 없이 사실관계가 그렇지 않은데도 합의금 명목의 금품을 상대에게 지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인건비가 나가는 셈이죠.
임금명세서 기재사항, 특히 '근로시간수'를 임금명세서에 충실히 기재한 후 근로자 한명 한명에게 교부하십시오. 물론 '근로시간수'에 대한 사전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근무스케쥴표에 근로자 서명란을 추가해 사인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 전보다 번잡해지긴 했지만, 근무스케쥴표 및 임금명세서만 잘 작성해 구비해 놓는다면 임금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임금 분쟁이 노동청 사건으로 비화하더라도 추가 인건비 지불 없이 사건이 조기에 마무리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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