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내시경학회 조주영 이사장, 상용화 한계점 지적 "연구 예산 지원으로는 한계…국가적 산업으로 키워야"
의료기기 국산화 사업에 최우선 순위로 거론되는 내시경 분야의 성공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정으로 국산 내시경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역량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따라서 범부처 성격의 지원과 함께 대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조주영 이사장(차의대)은 19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밝히며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책을 주문했다.
조 이사장은 "수십년의 시간 동안 정부와 학계, 산업계의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국산 내시경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며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그러는 동안 우리나라는 일본 기업의 내시경이 98%를 넘게 점유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의학계에 발을 딛으면서부터 국산 내시경 개발을 주창해 왔던 학자 중의 하나다. 그만큼 그는 내시경 국산화를 위한 과정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바로 삼성그룹, 즉 삼성메디슨이 중도에 개발을 포기한 일이다. 당시 삼성이 내시경 상용화까지 갔더라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 조성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조주영 이사장은 "이제 20년이 다 되어 가는 일이지만 당시 메디슨과 국내 학자들, 학회 등이 힘을 모아 국산 내시경 개발에 나선 적이 있다"며 "이후 메디슨이 삼성에 인수된 이후에도 사업이 지속되며 사실상 90% 개발 단계까지 다다른 바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삼성메디슨이 전략적 결정에 의해 영상의학 분야로 완전히 사업 방향을 돌리면서 결국 개발 직전에 무산되고 말았다"며 "당시 삼성 내시경이 나왔다면 올림푸스 등 일본 내시경을 넘어서는 품질과 경쟁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여전히 국내에서는 내시경 개발 사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업 과제를 내며 국산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조 이사장은 이러한 방식으로는 절대 내시경 국산화를 이뤄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대기업의 참여는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조 이사장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범부처 사업으로 몇 백억원을 쏟아부어도 절대 국산화를 이룰 수 없다"며 "중소기업들이 국책 과제 형식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는 상용화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연구는 범부처 사업단이나 중소기업에서 할 수 있지만 개발과 상용화의 영역은 전혀 다른 부분"이라며 "중소기업들은 연구와 개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이어나갈 힘이 없다는 점에서 절대 상용화를 이뤄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두가지를 제시했다. 대기업들의 참여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융합니다.
즉 연구 단계 수준에서는 범부처 사업단 등에서 진행하더라도 상용화 단계에서는 반드시 대기업이 참여해야 하며 의료 AI와 AR 등 우리나라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융합해야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주영 이사장은 "올림푸스나 펜탁스 같은 기업들이 카메라 회사에서 출발했듯 내시경은 광학기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술을 가진 대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며 "여기에 의료 AI, AR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소프트웨어, IT 기술을 결합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내년도에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는 만큼 범부처 단위에서 이러한 일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며 "우리나라 소화기내과 의사들의 수준은 이미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만큼 우수하다는 점에서 어떠한 하드웨어든 만들어만 낸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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