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그룹 이성훈 대표, 첫 국산 내시경 출시 청사진 제시 팁스 선정으로 사업화 가속 페달 "수출 시장 무궁무진"
한국 의료산업의 미래 'CEO'에게 묻는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호황에 가려졌던 의료산업 분야가 4차 혁명의 물결을 타고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더 없는 기회를 만나 도약을 준비하는 한국 의료산업 기업들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을 CEO들을 찾아가 직접 물었다. |편집자주|
|"국내 첫 'Made in korea' 내시경 그 길을 열겠다"-다인그룹|
"개발도 시작하기 전부터 모두가 안된다고 했어요. 올림푸스가 70%를 잠식하고 있는 시장에 왜 들어가려 하느냐고. 하지만 그렇기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올림푸스가 쟁쟁한 덕에 오히려 나머지 시장이 무주공산으로 남았잖아요."
수없이 많았다. 국회도, 정부도, 의학계도, 산업계도 모두가 하나 같이 염원했지만 10여년의 시간 동안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내시경 국산화에 대한 얘기다.
의학계가 끊임없이 필요성을 강조하며 화두를 던졌고 국회와 정부는 잇따라 국책 과제를 발주했다. 여기에 힘입은 많은 연구 기관과 기업들은 잇따라 출사표를 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 수많은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나온 제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급작스레 국산 내시경 상용화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도 창업 2년차의 스타트업에 의해서다. 내년 초 국산 내시경의 첫 발을 딛는 다인그룹의 이성훈 대표. 그는 국산 내시경의 시장성에 대해 역발상을 강조했다.
"사실 시작 단계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하지 말라'는 거였어요. 심지어 과거 국책 과제를 수행한 학자부터 산업화를 도모했던 대기업 임원까지 모두가 같은 말을 했죠. 이유는 단순했어요. 올림푸스가 가진 독점적 경쟁력이었죠. 하지만 그래서 길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안된다고 생각하며 손을 놓고 있으니 저희 같은 신생 기업이 파고들 틈이 있는 거잖아요."
실제로 내시경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인 올림푸스의 점유율은 압도적인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무려 75%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시장으로봐도 40%가 넘는다.
정부와 의학계가 국산 내시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상의 독점 체제가 이뤄지다보니 내시경의 주권이 완전히 올림푸스로 넘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또한 그렇기에 섣불리 국산 내시경을 개발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성훈 대표는 이를 기회로 판단했다. 올림푸스가 가진 강력한 경쟁력만 회피한다면 나머지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림푸스 제품이 월등하다는 것은 저희도 충분히 인정해요. 지금까지 국산 내시경이 실패한 이유가 올림푸스와 경쟁하려 했기 때문이죠. 차로 비교하면 페라리가 좋은 차인건 누구나 다 알아요. 하지만 운전하는 모두가 페라리를 탈수는 없잖아요. 저희가 보는 시장은 바로 그 지점에 있어요. 페라리를 탈 수 있는 사람들은 그걸 타고 핵심 기능을 갖춘 합리적 가격을 원한다 하면 저희 차를 타라는 거죠."
그렇기에 다인그룹이 개발한 내시경은 철저하게 필수 기능만을 강조한 가격 합리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적 설계를 통해 핵심 기능만을 고도화하고 나머지 부분들을 과감히 줄여 합리적 가격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기술 개발부터 적용됐다. 현재 올림푸스를 비롯해 대다수 내시경 제조 업체들이 핵심 부품을 외주로 만들고 수작업을 통해 하나하나 조립하는 것과 달리 다인그룹은 80% 이상을 자체 개발해 이를 대체했다.
부품도 대폭 단순화했다. 대다수 내시경이 200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다인그룹은 핵심 부품만 단순화 하는 작업을 통해 총 부품수를 45개로 줄였다. 필수 기능은 최대한으로 유지한 채 생산비와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며 원가 비중을 낮춘 것이다.
이 대표는 "사실 내시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장력 조절"이라며 "화질이 일정 이상 유지된다는 조건 아래 의료진이 가장 편하고 정확하게 환부를 볼 수 있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허를 마친 다인그룹의 핵심 기술은 부품을 대폭 줄이면서도 경쟁 제품들보다 우수한 장력 조절이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불량률이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공정 시간과 생산 비용을 대폭 단축한 제품이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핵심적 기능들은 물론 꼭 필요한 편의 사항들도 모두 넣었다. 특히 경쟁 내시경 제품의 경우 1500만원에 달하는 조명 시스템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지만 다인은 이를 내장화하면서 조도를 확보했다.
인공지능 또한 마찬가지다. 자체 개발한 이미지 센서를 통해 조기 암 병변 이미지를 통한 진단 보조 AI를 탑재해 의료진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그러나 가격적인 면에서는 확실하게 월등하다. 경쟁 내시경 제품들이 시스템 구축에 평균 1억원 정도가 필요한 반면 다인그룹의 내시경 시스템은 2000여만원에 구축이 가능하다. 또한 내시경 기기만 따지면 600만원선에 불과하다.
이성훈 대표는 "글로벌 제조사들의 제품의 경우 시스템 구축에만 1억원 AS에만 평균 900만원이 소요된다"며 "결국 이러한 제품을 AS 받을 금액이면 다인그룹의 내시경을 최신품으로 바로바로 교체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다인그룹은 판매 전략도 국내 개원의와 개발도상국으로 명확하게 설정해 놓은 상태다. 가격적 부담으로 중고를 구입해 AS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의료진이 그들의 타깃이다.
이 대표는 "개원의들이 평균 3억원 정보를 초기 자본으로 놓고 개업을 하는데 1억대 내시경을 구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중고로 구입한 뒤 AS 문제 등으로 골치를 썩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내시경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개발도상국의 경우도 대부분이 중국산 기계를 쓰거나 중고 제품을 구입해 AS조차 받지 못한 채 낙후되고 오래된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존의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각지대의 의료진들에게 필수 기능만을 특화한 우리의 내시경을 선보이며 다른 파이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략을 세우고 첫 국산 내시경 상용화라는 첫발을 뗀데는 물심양명으로 이를 응원하고 지원한 자문단의 역할도 컸다. 실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넣어야 할 기능과 빼야할 기능 나아가 보완점 등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드는데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인그룹은 성균관대 의과대학 박동일 교수(장연구학회 학술위원장)를 비롯해 대한내과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김준환 교수 등이 개발부터 상용화를 위한 허가, 특허 등까지 자문을 해주고 있다.
또한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를 이끌던 박창영 원장(전 회장)을 비롯해 개원내과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는 은수훈 원장(부총무이사), 이승원 원장(학술이사), 비뇨기과의사회 이사인 두진경 원장, 대전웰니스병원 박건우 원장 등이 실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 단계부터 적극적인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이성훈 대표는 "정말 안되는 것인가 포기하려 할때마다 아무런 대가없이 오히려 먼저 찾아와 응원해주며 기능 하나하나까지 실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던 자문위원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하루에도 수십번씩 단체 채널을 통해 이 기능은 빼라, 이 기능은 꼭 넣어라 자문을 주며 방향성을 잡아준 덕분에 고도화된 핵심 기능만을 갖춘 합리적 가격의 내시경 개발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모든 내시경 회사들이 프리미엄과 추가 기능에 집중할때 실제 자문위원들의 조언대로 본질에 집중하며 핵심만을 바로 세운 것이 다인그룹이 첫 국산 내시경을 출시하는 동력이 됐다"며 "그분들의 바람대로 수억대 가격 장벽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 제품들이 채우지 못하는 내시경 공백 지역을 메워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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