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한 관계자의 말이다. 질병청 공무원의 눈에도 코로나19 방역정책에 정치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가 얼마 전 단계적 일상회복을 선언했을 때 의료현장의 임상의사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입을 모아 우려를 제기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고려의대 최재욱 교수 또한 코로나19 치명률이 10월 10일 0.38%에서 10월 20일 0.7%로 2배 급등하고, 11월 1일 0.91%까지 치솟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단계적 일상회복을 강행한 것을 두고 정치적 결정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최근 연일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돌파하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으면서 질병관리청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대응의 컨트롤타워는 질병청이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 취지에서 지난 2020년 9월, '청'으로 승격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에서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조직은 물론 인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이름뿐인 '청'이라는 안타까움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정부가 메르스를 겪은 직후에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갖고 질병청을 제대로 구축해 놨더라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청'의 역할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2년째로 접어들었으며 질병청으로 승격된 지도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눈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작 중요한 조직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게 질병청의 현실이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와 네트워크망을 구축해 추진해야하는 예방접종 사업조차 지방 조직망이 없어 TF팀으로 근근이 유지하는 실정이다.
질병청 조직 및 인력 보강을 언제까지 늦출 수 있을까. 현재의 불완전한 질병청 그대로 코로나19 종식을 맞이한다면 컨트롤타워 없는 코로나 방역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최근 치료제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종식 시점을 예견하기는 어렵다. 내년까지도 백신 추가 접종은 계속될 예정이며 팬데믹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다. 더 늦기 전에 질병청 바로세우기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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