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무화법 시행을 2년 앞두고 대한의사협회가 해당 법안의 하위법령 개선 작업을 본격화했다.
6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법안 검토 및 의사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법안에서 독소조항을 제거하기 위한 하위법령 개선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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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의료정책연구소는 수술실 내 CCTV 촬영 요건과 관련해 요청 권한을 원칙적으로 당사자인 환자만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수술 전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예외적인 경우, 보호자의 촬영요청 권한이 인정되도록 여지를 뒀다.
수술실 내 CCTV 촬영 거부 정당화사유와 관련해선, 이 법이 위헌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정보주체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원칙에 따라 CCTV 설치 위치, 화질, 수술실 당 설치 대수, 촬영 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 조치와 관련된 영상정보 보안의무에 대해선 의료기관장 및 관리자가 안전성 확보 조치 의무를 이행한 경우 입증 책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봤다. 안전조치에도 영상이 유출된 경우 의료기관에 법적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또 유출로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분쟁이 발생한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영상정보 열람 제공 범위와 관련해선, 수술에 참여한 모든 의료인의 동의에 따라 영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인정보보호법제4조 제2호에 따라 정보주체는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 여부와 더불어 동의 범위 등을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가 보장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의료정책연구소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여론이 거센 것을 확인했다. 이 법은 의료인의 인권과 직업수행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만큼 시행에 앞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이를 정해진 범위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은 의료진의 동의 없이 적용되는 만큼 위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
오는 2023년 하반기,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이 시행되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해야 한다.
수술실 CCTV 의무화법 의료계 설문조사.
이에 대한 의료계 반대도 거세다.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 23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해당 법안에 반대했다. 또 본인이 원장이라면 CCTV 설치 의무화 시 수술실을 폐쇄할 것이냐는 질문에 과반수인 50.1%가 그렇다고 답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법 반대 이유.
응답자들은 CCTV 촬영을 반대하는 이유로 ▲의료진 근로감시 등 인권침해 ▲진료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을 꼽았다.
수술실 폐쇄 등으로 수술 참여 및 기회가 박탈돼 의학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와, 현재도 심한 외과 기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답변도 다수였다.
대리수술방지 등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법이 오히려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리수술 및 유령수술 처벌 강화 ▲수술 참여 의료진에 대리수술 방지 동의서 작성 의무화 등 불법행위 의료인에 대한 처벌 강화를 제시했다.
또 ▲수술실 입구 CCTV 설치 ▲수술실 출입자 확인에 생체 인식 활용 등으로 수술실 출입 기록 확인을 강화하고, ▲공익제보 독려 ▲윤리교육 및 자율규제 기능 강화 등 의료단체 차원의 자율정화 기능을 증진해야 한다고 봤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일부 의사의 비도덕적·비윤리적 일탈행위로 해당 법안이 의결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을 강제화하는 것이 아닌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봉식 소장은 "시행 전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해당 법안이 지닌 문제점과 역기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개정된 의료법은 위헌 소지가 있으므로, 이후 하위법령 마련 시 정보주체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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