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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걷는 교수들…기초의학 '그늘' 밝힐까

발행날짜: 2022-01-10 05:45:59 업데이트: 2022-01-24 16:45:00

[focus]제약·바이오 기업 세우는 의사 조명
의과대학 교수 신분으로 바이오 벤처 창업한 기초의학자들
"연구에만 '의존' 해야 하는 의료사회 구조적 한계 벗어나야"

코로나 바이러스가 3년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국과 유럽 대학과 연구소 중심 의과학자들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해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했다.

하지만 한국 과학계는 지난 3년 동안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항상 한발 늦게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면서 세계가 주목할 만한 제대로 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노벨생리학상 수상 시기인 매년 10월에만 그 존재감을 확인했던 '기초의학자'의 중요성이 제약‧바이오의 관심 속에서 다시금 커져가고 있다. 다양한 백신‧치료제 개발에 있어 그 시작은 기초의학자 중심의 '의과학자' 양성에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벤처 진출하는 '기초의학자'

기초의학자는 인체 기능부터 바이러스, 질병 치료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전문 의학 연구자다.

통상 미생물학·병리학·예방의학·해부학 등 8개 분야가 기초의학으로 분류된다. 이런 기초의학자들은 그동안 전국 의과대학 소속 교수로서 생활하며 의대생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대유행 장기화를 기점으로 교육과 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전공을 살려 회사 창업을 통해 제약‧바이오 업계에 진출한 기초의학 '선구자'들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아직 많지는 않지만 의과대학 교수 신분으로 회사를 창업, 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기초의학자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1세대 바이오 벤처 마크로젠의 서정선 회장이 꼽힌다.

유전체 분석 전문 바이오 벤처인 마크로젠을 이끌고 있는 서 회장은 기초의학자로 서울대 교수 재직 당시 유전체 의학 연구소를 모태로 바이오 벤처를 창업한 선구자로 여겨진다.

또한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주목을 받았던 바이젠셀 김태규 대표도 기초의학자 출신이다. 마크로젠 서 회장과 마찬가지로 김 대표도 가톨릭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관여한 세포치료사업단이 계기가 돼 바이젠셀 창업에 이르기까지 했다.

김 대표는 아직까지도 바이젠셀 운영과 함께 기초의학자로서 의대생을 교육하는 역할도 충실하며 의학계와 바이오계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임상에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환자를 진료하는 다소 제한적이고 정해진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 개발에 노력하고 싶었다"며 "임상의사가 아닌 기초의학을 선택한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고대의료원 산하 자회사로 치매 항체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인 바이오 벤처 뉴라클사이언스 성재영 대표도 최근 주목받은 인물 중 한명이다.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된 데 이어 기존 파이프라인을 갖고 올해 기술특례상장으로 주식 시장에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 밖에 단디바이오 공동대표와 함께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활동 중인 박영민 교수도 몇 안 되는 바이오 벤처를 창업한 기초의학자로 꼽힌다.

동시에 의사가 아니더라도 서울대 미생물학 교수를 역임하며 최근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로 자리를 옮긴 천종식 대표도 대표적인 바이오 벤처로 성공한 창업가로 꼽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좁은 기초의학자 활동영역 '숙제'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초의학자 양성의 중요성이 커진다 해도 국내 의학 교육이 바뀌지 않은 한 단기간에 의과학자를 양성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중요성을 인정받는다 해도 의료현장에서는 체감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의대생들에게 기초 의학보다는 임상에서의 환자 진료 역량을 강조하는 의학 교육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이상 단기간이 의과학자를 양성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혹여나 의대생이 기초의학자로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지 않는 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 결국 의료 사회의 구조적 한계가 의과학자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젠셀 김태규 대표는 "사실 국내 의료체계 전반적으로 임상의사는 대학에서 정년을 마친다고 해도 개업이나 중소병원에서 진료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보통"이라며 "하지만 기초의학자는 정년 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자료 출처 :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2016년 기초의학 활성화 방안 연구'

일각에서는 임상 현장에서 기피과로 최근 여겨지고 있는 '소아청소년과'나 '외과'처럼 기초 의학도 같은 처지라는 불만이 아직까지 터져 나온다.

임상 교수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급여' 차이부터 문제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A의과대학 기초의학 교수는 "젊은 의대생들이 기초의학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하지만 임상 교수와 비교해 급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의대생들이 과연 지원할리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를 들어 흉부외과는 복지부에서 지원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전문의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며 "학문의 형평성을 고려해야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의학계는 정부가 기초의학계에서 바이오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젝트를 마련을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해부학회 유임주 이사장은 "전국 의대에 있는 기초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부의 프로젝트가 있었으면 한다"며 "그동안에는 너무 의사 위주의 프로젝트에 집중된 측면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의대 기초의학교실에는 의사 출신이 아닌 연구자도 많다. 이들이 교육과 연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기초의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의대 내 같은 공간에서 의사와 함께 다른 연구자들도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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